미리 내고 돌려받는 증권세…사후정산 등 갈 길 멀어

입력 2021-01-10 06:21
미리 내고 돌려받는 증권세…사후정산 등 갈 길 멀어

2023년 금융투자소득 과세 시행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을 포괄하는 금융투자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한 가운데 세금 징수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일단 상·하반기로 나눠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추후 정산을 통해 더 걷힌 금액은 돌려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산 과정 등에서 추가로 제도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 5천만원 기본 공제는 한 계좌에서만…증권사별 계좌 여러개면 '난감'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부터 상장주식과 주식형펀드 등을 포괄하는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해 양도세를 부과한다. 과세 기준선인 기본공제액은 5천만원으로 설정했다.

연 5천만원이 넘는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라면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소득의 20%를 과세한다. 투자소득이 3억원을 넘으면 세율이 30%가 된다.

이때 기본공제를 적용받으려면 투자자가 직접 금융회사에 공제 신청을 해야 한다. 단, 공제 혜택은 한 회사에서만 받을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금융회사별 손익통산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A 증권사 계좌에서 1억원 수익을 내고 B 증권사 계좌에서 5천만원 손실을 봤을 경우 이 투자자의 전체 수익은 5천만원이다. 여기에 기본공제를 적용하면 이 투자자는 전체 수익 기준으로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확정된 제도에 따르면 기본공제는 1인 1계좌에만 적용되므로 이 투자자는 A 증권사 계좌에서 기본공제액 5천만원을 뺀 나머지 5천만원에 대해선 세금을 일단 내야 한다.

A 증권사 계좌에서 기본공제 전액을 적용받고 B 증권사 계좌에서 1만원이라도 추가 수익이 나면 B 계좌에 대해서는 역시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

나중에 전체 계좌에 대한 사후 정산이 이뤄지더라도 당장은 수익 일부가 묶이게 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증권사별 손익통산을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고객 손실내역 등 중요한 금융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특정 기관에 금융정보를 모아준다면 금융정보 집중이라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금을) 징수하고 환급 기간을 얼마나 짧게 가져갈지, 얼마까지 단축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지금은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제도를 발전시키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 "원천징수에 수익 복리 효과 떨어져"…투자자 신고·확인 절차도 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원천징수로 투자 효과가 떨어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앞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은 원천징수 방식으로 과세한다.

금융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소득을 지급할 때 기본공제를 적용한 후 원천징수를 하고, 원천징수 세액은 반기별로 매년 1월 10일, 7월 10일까지 두 차례 납부하는 식이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2023년 상반기 주식을 팔아 1억원의 수익을 실현했을 경우 5천만원의 기본 공제액을 뺀 나머지 5천만원에 20%의 세금이 매겨진다.

이 경우 이 투자자가 실제로 인출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는 금액(증권거래세 등 제외)은 9천만원이 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원천징수 과세 방식은 수익을 재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복리 효과를 떨어뜨린다"면서 "정부가 납세자의 편의보다 과세 편의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 금액 또는 결손금액을 따로 신고하는 절차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금융투자소득 신고 관련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금융회사별 거래자료를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면서 "사실상 신고를 거의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제 과세는 2023년…과세 이전 주가 상승분에는 세금 안 매긴다

향후 정부는 실제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시작되는 2023년까지 관계 부처 및 금융회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미비한 제도를 지속해서 보완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비과세 중인 주식의 경우 과세 이전까지 상승한 주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소액주주들이 과세를 앞두고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의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의제 취득가액을 도입, 주주가 실제 주식 취득 가격과 내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중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가령 한 소액주주가 보유한 A주식의 실제 취득가액이 1억원, 내년 연말 종가가 1억5천만원이라면 이 주주가 1억5천만원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식이다.

이 경우 이 주주는 내년 연말 기준 주가 상승분(5천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A 주식이 2022년 말 8천만원에 거래를 마쳤다면 실제 취득가액인 1억원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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