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달만에 대선패배 첫인정…정권이양 순조롭게 이뤄질까

입력 2021-01-08 12:59
수정 2021-01-08 13:40
트럼프, 두달만에 대선패배 첫인정…정권이양 순조롭게 이뤄질까

두달간 '조작선거 프레임' 행정·사법·입법부 압박…美언론 "현실로 몸돌려"

정국안정·정권이양 속도 기대감…'반란조장 정국' 또다른 불씨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대선 패배를 처음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대선을 치른 지 65일 만이며, 퇴임을 13일 남겨두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패배를 인정한 만큼 위태로웠던 정국이 다소 안정을 되찾고, 정권 이양 작업에 가속이 붙을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물론 그에 대한 조기 퇴진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퇴임 후 사법처리 얘기까지 여전해 새 행정부 출범까지 예측 불허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제 의회가 (대선) 결과를 인증했고,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의회의 인증 결과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정권 이양 작업을 보장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처음으로 '완전한 승복'을 한 셈이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 승리를 선언한 의회의 결정에 '불완전 승복'을 한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의회의 바이든 인증으로 대선 관련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자 성명을 내고 "질서있는 권력이양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투표 결과를 반대한다"며 불복 입장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첫 대선 패배 인정"이라고 했고, AP통신은 "임기 13일을 남겨두고 조기 퇴진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마침내 현실로 몸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을 공식 인정하는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CNN은 "두 번째 임기를 안 하겠다고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각각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넘게 온갖 수단과 음모론을 동원해 선거 결과 뒤집기에 집중해왔다.

작년 11월 7일 미 언론이 개표 결과를 토대로 일제히 트럼프 패배를 기정사실화하자 '조작된 선거' 프레임을 가동하며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자신이 패배한 경합주(州) 선거관리 당국의 개표 결과 인증 과정에 개입해 재검표 요구 등 무효화를 밀어붙였고, 먹히지 않자 공화당만의 반쪽짜리 주 의회 청문회와 무더기 소송으로 의회와 법원을 압박하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주와 연방법원은 물론 대선 전 보수 절대 우위 지형으로 바꿔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여겼던 연방대법원에서도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승복할 법한 객관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데도 트럼프의 야욕은 상상 이상이었다.

전날 이뤄진 연방의회의 최종 인증 절차에도 끊임없이 개입해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법적 권한도 없는 주별 선거 결과 반려를 종용하고, 자신의 공화당 측근들을 압박해 이의제기를 통한 판 흔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지층의 대선 불복 시위에 나가 '의회 진군'을 조장, 미 의회가 침탈당하는 오명을 미국 역사에 새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승복이 자신을 조여오는 조기 퇴진과 탄핵 압박 탓이든, 퇴임 이후 사법처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든 간에 미 정치권이 정상화의 길을 되찾게 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체로 화합의 메시지인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 참석 여부를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승복 언급이 의회 침탈을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그를 둘러싼 논란을 가라앉힐지는 미지수다.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번 사안을 '트럼프가 조장한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까지 감안한다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새벽 '질서 있는 정권 이양' 성명을 낸 것도 최근 잇따르는 관료들의 사퇴 물결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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