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더 잘한 삼성·LG전자…올해 전망도 '맑음'
삼성 연간 영업이익 36조원 육박…LG전자는 첫 3조원 돌파
반도체 호황에 가전·TV도 호조…LG 전장사업 올해 흑자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며 연간 호실적을 달성했다.
두 회사 모두 4분기 실적은 증권가 전망을 소폭 밑돌긴 했으나 전년과 비교하면 크게 성장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 작년 영업익 36조원 육박…반도체 필두로 고루 양호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0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은 35조9천5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46% 증가했다. 연간 매출은 236조2천600억원으로 2.45%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한 초기만 해도 각국 봉쇄령 등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6조원대 선방을 시작으로 2분기 8조1천463억원, 3분기 12조3천500억원 등 시장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사업이 호황을 맞은 영향이 가장 컸다.
상반기까지는 부진했던 스마트폰·가전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가 폭발한 영향으로 3분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4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은 9조원, 매출은 61조원으로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를 2% 하회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부문별 실적은 반도체 영업이익 약 4조3천억원, 모바일(IM) 부문은 2조3천억원, 소비자 가전 부문 8천∼9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락,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 영향으로 직전 3분기보다는 실적이 둔화했다.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변동 영향, IM 부문도 경쟁사인 애플 신형 제품 출시와 코로나19 재유행 영향으로 각각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전 부문은 4분기에도 선전한 가운데, 수익성은 전 분기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패널 단가 상승 영향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1조5천억원대였을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탄탄한 기본기와 저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쏠림 효과가 큰 편이었는데, 코로나19로 가전 사업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등 전 부문이 골고루 개선됐다.
◇LG전자 영업이익 첫 3조원, 역대 최대 기록 쏟아내…'상고하저' 흐름도 깨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4분기 기준 모두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1천918억원, 매출은 63조2천638억원이었다. LG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3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최초다.
4분기 역시 영업이익 6천470억원, 매출은 18조7천826억원었다.
LG전자 실적은 통상적으로 상반기에 양호하고 하반기에 부진한 '상고하저'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덕에 이런 흐름을 깨고 하반기까지 톡톡히 뒷심을 발휘했다.
하반기 매출은 35조원을 넘어서며 반기 기준 최대였고, 하반기 영업이익 역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19 효과로 생활가전(H&A) 사업이 가장 크게 활약했고, 전년에 다소 부진했던 TV 사업도 실적이 개선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 H&A 부문은 4분기에 4천억원대, TV 부문은 2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됐다.
생활가전 부문은 연간 매출이 22조원 안팎으로 창사 이래 가장 높고, 영업이익률도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코로나19로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동안 LG전자는 생산지 다변화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요에 적기 대응해 가전 부문에서 견조하게 성장했다"며 "주요 선진국에서 LG 가전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생활가전이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제치고 지난해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G전자가 신 성장동력으로 삼은 전장 사업(VS) 부문은 적자 규모를 가파르게 줄여 4분기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장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6년 연속 늘어 지난해 연간 5조4천억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 적자를 대폭 개선했던 모바일(MC) 부문은 4분기 들어 부진, 적자 규모가 2천억원대로 예측된다. 연간 적자는 8천억원대로 집계된다.
◇ 반도체 호황에 코로나 장기화로 올해 더 좋을 듯…LG 전장사업 흑자 기대
시장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빛을 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를 바탕으로 올해 더욱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자 산업 업황이 계속 양호한 흐름이며, 올해 백신을 통해 코로나19가 누그러들고 세계 무역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지면서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접어든 데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의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반도체를 필두로 스마트폰과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47조5천억원대, 매출은 7% 이상 증가한 249조원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올해 또 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체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가전과 TV 사업은 계속 호조를 이어가고, 전장 사업도 올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LG전자는 최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부문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LG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조2천억원대로 점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올해 가전·TV 사업은 더욱 호조를 보이고 전장 사업은 흑자전환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은 제조자 개발생산(ODM) 비중 확대와 사업 재편으로 적자를 축소, 전사 수익성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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