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페이스북 계정 바이든 취임까지 정지…"무기한 될수도"(종합)
트위터는 정지했다가 복원…"조치 강도 높이게 되면 공지하겠다"
민주 상원의원 "소셜미디어, 트럼프의 부역자…막판 개종, 너무 늦었다"
(워싱턴·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백나리 정성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이 최소한 임기 말까지 정지됐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대선결과 인증 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폭동 사태가 벌어진 뒤 내려진 조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이 기간에 대통령에게 우리의 서비스를 계속 쓰도록 하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부과한 정지를 무기한 늘린다"면서 "평화적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최소 2주간"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폭동 사태가 있던 전날 팔로워가 35만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 계정을 24시간 동안 잠정 정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연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 끝난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4시간 동안의 충격적 이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잔여 임기를, 후임자인 조 바이든에게 평화롭고 합법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무력화하는 데 쓸 의향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계정이 어쩌면 무기한 정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주요 소셜미디어 업체가 대통령에게 내린 가장 중대한 제재 조치"라고 평가했고, AP는 수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를 가볍게 제재해온 페이스북이 남은 임기 그의 계정을 침묵시켰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는 사내 전 직원 모임에서 전날의 소요 사태를 "반란"이라고 불렀다.
트위터와 스냅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에 대해 잠정 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3개가 자사의 선거 공명성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를 삭제하라는 요구와 함께 계정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트윗들을 삭제하자 그의 계정을 다시 복원시켰다.
트위터 대변인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트위터 외부에서 이뤄지는 발언을 포함해 상황을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조치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 이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유튜브도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한 허위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는 채널은 일시적으로 업로딩이나 생중계가 제한되며 반복적인 위반자는 영구 정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소유한 트위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소셜미디어들은 근거 없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 등 허위 정보를 단속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민권 단체들은 소셜미디어들에 트럼프 대통령을 영구 금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날 페이스북의 조치를 두고 반명예훼손연맹(ADL)은 "명백한 첫 걸음"이라며 환영했지만 흑인인권 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공허하게 울리는 한참 때 늦은 제스처"라고 폄하했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게시물에 대한 소극적 대처로 언론이나 내부 직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트위터가 삭제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 게시물들도 페이스북은 그대로 놔뒀다.
가수 겸 배우 설리나 고메즈는 트위터에 "오늘(의사당 폭동)은 마음 속에 증오를 품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함께 모이도록 하는 데 쓰여야 할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허용한 결과"라며 "당신들(소셜미디어)은 모두 미국인들을 실망시켰다"고 썼다.
상원 정보위원장에 취임할 마크 워너 의원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이 미국 민주주의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의 부역자였다며 "이제 갑자기 트럼프의 페이스북 또는 트위터 게시물을 끌어내리는 그들의 최후의 순간의 개종은 너무 사소하고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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