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퇴임 앞두고 미중 막판 힘겨루기 '제재엔 보복'

입력 2021-01-07 11:14
수정 2021-01-07 16:21
트럼프 퇴임 앞두고 미중 막판 힘겨루기 '제재엔 보복'

미국, 공산당 제재 이어 중국 앱·통신사 등 무더기 퇴출

중국 "미국이 국제 경제무역 규칙 파괴"…보복 엄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전방위 제재를 쏟아붓자 중국 또한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으로 자평해온 미중 무역 전쟁을 통한 경제 부흥과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함부로 바꿀 수 없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또한 임기 내내 '중국 때리기'에 몰두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심한데다 그가 퇴임을 앞두고도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만 공격하고 있어 강력한 비난과 더불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中 공산당에 통신사들까지 '제재 종합 세트'

퇴임을 불과 보름에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중국 압박은 '제재 종합 세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조용한 모드로 대응하려던 중국 지도부를 당혹하게 만든 것뿐만 아니라 새 판을 짜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 카드를 막판까지 활용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함과 동시에 추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도 현재 여건상 중국에 대한 제재를 무작정 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신장, 티베트, 대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과 확장 정책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중국의 지배 세력인 공산당원이나 그 가족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또한, 홍콩 야당 의원의 자격 박탈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 최고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무더기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은 지배 세력으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의 핵심 권력층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 내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여기서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기는 반도체, 통신 기업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첨단기술 발전의 토대인 중국 최대의 반도체업체 SMIC, 세계적 드론 제조업체 SZ DJI 등 중국 기업 수십 곳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이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고심 끝에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를 뉴욕 증시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오는 11일부터 이들 3개 사의 거래가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어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술 기업들의 국가 안보 위협을 거론하면서 중국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8개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재 대상은 알리페이, QQ월릿 텐센트QQ, 위챗페이, 캠스캐너, 쉐어잇, 브이메이트, WPS 오피스 등 일상에 널리 쓰이는 앱이다.

◇중국 '참는데도 한계있다'…보복·비난 총동원

트럼프 행정부와 휴전 모드를 유지한 채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나 협상을 하려던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바지 대중국 제재 공세에 보복 천명과 더불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관영 매체와 축전 등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원한다는 시그널을 계속 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대중국 제재로 미중 갈등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선 중국은 지난해 12월 초 로버트 포든 주중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전인대 부위원장 등에 대한 제재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미국의 야만적인 행위", "중국 인민의 분노"라는 강력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홍콩 문제 개입과 관련된 미국 정부 관리와 의회 인사, 비정부기구 인사와 그 직계 가족을 제재하고 홍콩이나 마카오를 방문하는 미국 외교 여권 소지자에 대한 비자 면제 대우를 취소했다.

오락가락하는 행보 끝에 결국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통신사들이 NYSE 퇴출로 결정되자 중국 정부는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을 향해 "불합리한 억압을 중단하라"면서 "상장폐지 조치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미국 일부 정치 세력이 근거 없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을 억압하는 것은 미국의 법규와 제도의 임의성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알리페이 등 중국산 모바일 앱을 제재한 것과 관련해서도 패권 행위로 규정하고 보복을 벼르고 있다.



화춘잉 대변인은 "비합리적으로 외국 기업을 핍박한 패권주의적 행태"라면서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으로 자국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상무부는 6일 성명에서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파괴한 행위라면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상무부는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강력히 반대하며 중국 앱에 대한 무리한 압박과 중국 제품 및 서비스의 미국 내 사용 제한을 중단하라"면서 "우리는 법에 따라 기업이 권익을 보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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