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금리에 '현타'…나만 뒤처져" 3040세대 삼성전자 산 이유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적금 금리를 보고 '현타'(현실자각 타임의 준말)가 왔다. 주식에 매달 월급에서 100만∼200만원을 넣고 있다. 손실을 보면 감정적으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삼성전자 등 안정적인 대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한모씨)
"주변에서 주식으로 얼마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여유자금 1천만원을 추천받은 대기업에 묻어두고 손실이 나도 장기투자하려 한다. 펀드는 은행에서 권유해 들어봤지만 좋은 기억이 없다"(40대 주부 박모씨)
새해 들어서도 증시에 개인 투자금이 물밀듯이 유입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태가 과거 '개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나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형 ETF)를 매매하며 지수 방향성에 베팅하거나 테마 종목에 편승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게 개인들의 대표적인 투자 행태로 여겨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가 보이는 행태는 과거의 개미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회사 열심히 다녀서 인정받고 있는데 집 안 샀더니 한순간에 거지가 됐다고 해서 '벼락 거지'란 말이 생겼다. 그들에게 이제 거의 유일하게 남은 투자 대상이 주식과 금융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래 증시에 들어온 개인들은 대체로 신중한 성향인 분들"이라며 "유튜브 등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공부하면서 단기 손실에 개의치 않고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증시 과열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이 성장성이 높은 혁신기업 위주로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권모(33)씨는 "뉴스에서 증시가 자꾸 나오고 유튜브에서도 투자 얘기가 많이 나와 작년에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예금금리가 너무 낮은 것도 한 이유다. 떨어져도 어차피 '존버'(최대한 버티기를 뜻하는 비속어)할 것이다. 야근비로 조금씩 투자액을 늘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지난 5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융자잔고)은 19조6천24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9조원대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며 2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빚이 있더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주식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송모(36)씨는 "11월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그 자금으로 집을 사기는 불가능해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증시나 경기가 꺾이지나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했기 때문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포모(FOMO·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 증후군'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커진 상황에서도 개인 자금의 지속적인 증시 유입을 유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자리도,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화폐가치 하락으로부터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모두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며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부동산이 떨어지지 않고 주가가 오르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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