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 이용 여부 묻지도 않고 사고 나니 보험금 지급 거부"
금융소비자연맹 "보험사, 고지·통지의무 악용…소비자에 책임 씌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인천에 사는 안모(53)씨는 2010년에 전화 상담으로 외국계 A 손해보험사의 상해·의료비 보장 장기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계약 당시 안씨는 보험사 상담원으로부터 "50cc 미만을 포함한 오토바이, 2륜, 3륜, 4륜, 소형차를 탑승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사실대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작년 5월 안씨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일종인 전동휠을 이용하다가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유족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A보험사는 안씨가 전동휠 사용을 알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보험계약을 강제 해지시키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6일 금융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연맹(상임대표 조연행)은 "보험사들이 A사처럼 가입 당시에는 제대로 설명을 제공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고는 보험금 청구를 받으면 '고지·통지 의무 위반'으로 지급을 거부하는 행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연맹은 "보험사는 계약 당시 50cc 미만 오토바이, 2·3·4륜자동차, 소형차 운전 여부만 물어보았지, 전동휠에 해당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 여부는 묻지 않았기에 안씨는 고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전동휠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 즉 퍼스널모빌리티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A보험사 관계자는 "안씨는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약관상 '통지 의무'를 어겼기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그러나 "약관의 그러한 통지 의무는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린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도 대부분 보험사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지우기 일쑤"라며 "대부분 소비자, 그리고 보험설계사조차 전동휠이나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이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입 때에는 묻지도 않고 설명도 하지 않고서, 보험금 청구를 받으면 '고지·통지 의무사항'이라며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은 "최근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과 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안씨처럼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감독당국이 소비자의 불이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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