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나라 무너지는데 할수 있는게 없어" 발언 구설

입력 2021-01-06 07:29
브라질 대통령 "나라 무너지는데 할수 있는게 없어" 발언 구설

"코로나19 언론에 의해 증폭" 주장 반복…전문가들 "능력 안되면 사임하라" 비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남 탓'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관저를 나서다 지지자들을 만나 브라질이 무너지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최근의 국정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조세제도를 비롯해 자신이 2018년 대선 공약에서 밝힌 개혁 조치들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들어 "브라질이 망가지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특유의 권위주의적 면모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언론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언론은 자격이 없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언론의 히스테리'라고 표현한 과거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자 전문가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언론인이자 경제 평론가인 주제 파울루 쿠페르는 "브라질은 무너지지 않았다"면서 "보우소나루가 경제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연말연시 휴가에서 돌아온 대통령이 브라질 국민에게 나쁜 뉴스를 전달했다"면서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자행된 고문을 부인하고 군사정권에 의해 고문당한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지지자들과 대화하는 도중 "호세프가 고문을 당해 턱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확인할 수 있도록 X레이 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하며, 나는 지금도 X레이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세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군사독재 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주화 세력 전체를 모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비난을 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호세프는 보우소나루가 결코 가져본 적이 없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비난했고,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보우소나루는 인간성이 부족하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가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이 한창이던 1970년에 체포됐으며 고문의 직접 피해자라는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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