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등 아랍 4개국, 카타르와 외교관계 복원키로(종합)
GCC 정상회의서 '단교사태' 3년7개월만에 해결…이란 고립 심화될수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아랍권 4개국이 3년 반 넘게 단교 중인 카타르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은 5일(현지시간)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에서 열린 연례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와 단교를 끝내기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dpa,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GCC 회원국은 아니지만 카타르와 단교 중인 이집트도 대표단을 회의에 파견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GCC 정상회의를 통해 카타르와 다른 아랍권 4개국이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이날 "알울라 협정을 통해 우리는 걸프, 아랍, 이슬람의 연대와 안정을 확인한다"며 중재 역할을 한 쿠웨이트와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또 "이란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을 합쳐야 하는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알울라 공항에 나가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를 환영했다.
카타르 군주가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2017년 6월 사우디와 단교한 이후 처음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을 별도로 만나 양국 관계를 재검토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GCC 정상회의 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에 따라 3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사우디 등 일부 아랍국가들과 카타르의 갈등이 풀리게 됐다.
GCC 정상회의 하루 전인 4일에는 아흐메드 나세르 무함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이 "오늘 저녁을 기해 사우디와 카타르가 영공과 육로, 해상 국경을 연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는 2017년 6월 5일 이슬람 테러조직 지원, 이란과 우호 관계 등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아랍권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 철회의 조건으로 ▲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 거래 이외의 교류 금지 등 13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라며 거부했고 테러그룹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사우디 등 아랍권 4개국이 앞으로 카타르를 오가는 항공편을 재개하는 등 외교관계 복원에 나서겠지만 여러 현안에서 갈등을 완전히 풀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리비아 내전의 경우 카타르는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인사들이 주축인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지지하지만 사우디, UAE는 리비아 동부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지지하는 등 입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쿠웨이트와 미국 정부는 카타르 단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카타르와 사우디 등 아랍국가들이 화해함으로써 중동에서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고립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카타르 단교 사태를 풀려고 노력한 것은 이란을 압박하려는 대중동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타르는 이란과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핵 문제 등으로 대립해온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책을 폈다.
작년 8월부터 아랍국가인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가 잇달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도록 중재했다.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적대관계였지만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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