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축농도 20%로 상향 시작"…이스라엘 반발(종합)
핵합의 한도 크게 넘어…IAEA도 성명서 농축 작업 확인
한국 선박 나포와 함께 중동 긴장 고조
(카이로·제네바=연합뉴스) 노재현 임은진 특파원 = 이란이 4일(현지시간)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는 이날 이란 방송에 나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하는 절차가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IAEA는 성명에서 "이란이 오늘 포르도 농축 시설에서 20%까지 더 농축하기 위해 6개의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를 연쇄적으로 잇는 방식)에 우라늄(U-235)을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IAEA 사찰단이 주입 원료를 담은 실린더에서 봉인을 떼려고 현장에 있었다"며 해당 실린더는 "20%까지 농축된 우라늄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주입 라인에 연결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 원심분리기인 IR-1가 모두 1천44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IAEA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란은 최근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따라 이란 원자력청이 최대 20%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생산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한 농축 한도를 크게 넘어선다.
이란 핵합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 핵합의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IAEA가 작년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는 4.5%로, 핵합의 제한 농도인 3.67%를 넘어섰다.
이란은 핵합의 이전에 20% 농도에 도달했으며, 무기 단계 농도는 90%다.
라비에이 대변인이 언급한 포르도 농축시설은 이란 중부 산악지대의 지하에 있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곳에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을 개시하자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핵합의를 위반한 결정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미사일 및 핵 개발을 중동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꼽아왔다.
AP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과 한국 국적 선박 나포가 중동에서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했다며 이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케미 나포와 관련해 선사인 디엠쉽핑 관계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접촉한 해역은 공해상"이라며 "환경 오염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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