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 유럽의회에 '미국과 좋은 관계 원한다' 언급"

입력 2021-01-01 02:57
WSJ "북, 유럽의회에 '미국과 좋은 관계 원한다' 언급"

주베를린 북대사, 12월초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회장과 접촉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북한이 최근 유럽의회와 접촉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나온 언급이어서 차기 미 행정부 출범 후 북미 비핵화 대화가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WSJ에 북한이 지난 11월 미 대선이 열리기 며칠 전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과 접촉해 온라인 면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출신의 루카스 만들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회장은 12월 초 주베를린 북한대사와 비공식 화상회의를 하는 데 동의했다.

이런 제안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후 북한의 대유럽 관계 '허브' 역할을 하는 주베를린 북한대사관이 먼저 내놓은 것이다.

한 시간 가량의 화상회의에서 북한 대사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번 언급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이런 입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WSJ에 말했다.

북한과 유럽의회는 또 이르면 내년 가을 양측 대표단의 상호 방문에 대한 희망도 언급했다고 한다.

만들 회장은 북한과의 대화 사실을 확인했으나, 주베를린 북한대사관 측은 WSJ의 이메일 질의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최근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들면서 미국과 가까운 몇몇 유럽 국가들이 양국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가 더욱 관심을 끈다.

북한은 미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다수 유럽 국가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닫고 외부와의 접촉을 삼간 북한이 서방과의 접촉에 나선 것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상 간의 직접 담판을 통해 북핵 해결을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낮은 단계의 실무 협상부터 시작해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대북 제재, 지난 여름 홍수 등의 여파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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