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어떻게 하길래…'이틀에 40만명' 중국 코로나검사
베이징 교민 밀집지 등 이틀 만에 전수 검사…예약·검사 간단
속성 검사에 '줄서기'로 불안감…"인권 침해 우려로 한국엔 어려워"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이렇게 추운 날 모여서 줄 서다가 병 걸리겠네요."
지난 주말 베이징(北京)의 최대 교민 주거지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는 아파트 단지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최대 100m 넘게 줄을 서는 낯선 광경이 연출됐다.
지난 1월 우한(武漢)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대규모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을 당시에도 왕징에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검사는 없었다.
이 때문인지 처음으로 전수검사를 받게 된 한국 교민들을 포함한 왕징 주민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이번 코로나19 전수 검사는 지난 25일 베이징에서는 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명이 왕징 소재 외자기업에 근무하는 중국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왕징을 포함한 차오양구 3개 지역은 26∼27일 이틀간 전수 조사로 40만명을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는 한국 전체의 1일 최대 검사 건수인 10만여건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어떻게 불과 이틀 사이에 그 많은 지역 주민 모두를 검사할 수 있는 걸까.
의료 수준이 선진국인 한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서 정말 가능한 것일까.
중국이 공산당 지배 아래 사회주의로 철저히 통제되는 체제라는 점을 고려하며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반포동에 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자. 한국은 동선에 따라 밀접 접촉자들만 격리 및 핵산 검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최근에는 한국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천명을 넘나들자 선별진료소를 곳곳에 설치해 희망자에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해당 지역에 확진자가 1명 나오면 아예 그 지역 전체 주민에 대한 핵산 검사가 실시된다. 한마디로 전수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뿌리째 뽑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베이징시 보건당국이 해당 지역에 전수 검사를 지시하면 해당 지역은 각 아파트 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각 주민에 공지해 검사받으러 나오도록 한다.
만일 지정된 기일에 받지 않을 경우 개인 비용을 들여 별도 검사를 받도록 요구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사실상 모든 주민은 추운 겨울에 줄지어 핵산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왕징의 경우 26~27일 이틀간 각 아파트 단지 내에 신속하게 임시 코로나19 검사 시설이 차려져 당일 아침부터 검사를 개시했다.
방식은 스마트폰의 베이징 건강 코드 미니프로그램인 젠캉바오(健康寶)를 통해 검사 예약 QR코드를 받아 줄을 선 뒤 그 코드를 제시하고 혀를 내밀어 검체를 채취하면 끝이다.
검사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은 개별검사가 아니라 한꺼번에 5명의 검체를 하나의 용기에 담아 그룹별로 검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그룹만 선별해 통보하기 때문이다.
왕징의 한 교민은 "중국은 동원 체제 문화가 뿌리 깊어 이번 전수 검사에 불만을 보이는 중국인들은 거의 없고 오히려 중국 방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틀 만에 40만 명에 달하는 모든 지역 주민을 전수 검사하는 것은 방제에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많았다.
일단 한꺼번에 수백 명의 주민이 몰려 줄을 서다 보니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고 겹쳐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부 주민은 줄을 서면서 계속 가래침을 뱉어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또한 베이징시 보건당국이 전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전파했을 뿐 주민 중에는 별도 '음성 증명' 통보를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주민은 "회사에서 출근하려면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정작 아파트 단지에서 받았던 전수 검사가 이틀 넘게 지났는데도 음성 증명이 안나와 별도로 병원에 가서 자비로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아울러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만능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전수 검사를 하는 동안 잠복기일 수도 있어 모든 주민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에 또다시 나올 수도 있어 비용 및 인력 낭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중국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 책임자들이 문책을 피하고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일단 전시 체제를 선포하고 전수 검사라는 큰 칼부터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중국 당국은 지린(吉林)성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이뤄지자 방제 부실 등을 이유로 지린시 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을 포함해 관리 5명을 면직하는 등 코로나19 발생 지역 관리들에 대해 대대적 문책을 단행해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지역 관리가 문책받을 가능성이 커져 전수 검사와 봉쇄라는 초강수 조치부터 선제적으로 동원한다"면서 "이는 주민들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한국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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