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격리 피해 달아난 전 영국 외교관 '무용담' 눈살

입력 2020-12-29 16:38
수정 2020-12-29 16:41
스위스서 격리 피해 달아난 전 영국 외교관 '무용담' 눈살

앤디 위그모어 "영화 속 주인공처럼 국경 넘어"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스위스의 유명 스키장에서 코로나19 관련 격리 대상이던 영국인 관광객 200여 명이 달아나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전직 영국 외교관이 자신의 도주를 무용담처럼 소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직 외교관이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가인 앤디 위그모어가 스위스 베르비에 스키 리조트에서 달아난 영국인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스위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에서 입국한 사람에 대해 격리 조처를 내렸다.

위그모어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스위스의 스키장을 찾았다가 격리 조치가 내려지자 무단으로 리조트를 벗어나 프랑스를 경유해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잘못한 일이 없다"며 자신을 뮤지컬 영화의 고전인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작)의 주인공인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에 비유했다.

그는 "스위스가 봉쇄를 결정하고 사람들을 격리하기 전까지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영화 속의 인물 폰 트랩 대령처럼 스위스에서 프랑스 국경까지 3시간 이내에 달려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트랩 대령의 가족이 독일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피신하는 내용이 있다.

최근 스위스 베르비에 스키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영국인 관광객 420명 중 200여 명이 격리조치가 내려지자 도주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베르비에는 통상 겨울철 관광객의 20%가 영국인으로, 현지인들에겐 '작은 런던'으로도 불리는 리조트 타운이다.

영국 관광객들의 도주 사실은 이들이 전화를 받지 않고 식사에도 손을 대지 않은 점을 숙소 측이 확인한 후 드러났다. 현재 이 리조트에는 영국인 관광객 12명이 남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