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스카 의대 "면역계의 임신 공격, 가슴샘이 막는다"

입력 2020-12-28 16:41
카롤린스카 의대 "면역계의 임신 공격, 가슴샘이 막는다"

임신 중 분비 여성 호르몬, 가슴샘의 '조절 T세포' 생성 자극

가슴샘 상피 수용체 RANK도 발견…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가슴샘(胸腺·thymus)은 심장과 대동맥 앞에 있는 림프 면역 기관이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림프구 전구 세포(흉선세포) 중에서 외부 물질에 반응하는 세포는 가슴샘에서 성숙 과정을 거쳐 T세포가 된다.

하지만 자기 몸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흉선세포는 가슴샘에서 사멸한다.

사춘기부터 작아지기 시작하는 이 가슴샘이 유산과 임신당뇨병 등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이 임신하면 성호르몬의 신호를 받은 가슴샘이, 임신 기간의 생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특화된 조절 T세포(Treg)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가슴샘 상피에서 발현하는 RANK라는 수용체가 이 메커니즘의 배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조절 T세포는 가슴샘에서 성숙하는 T세포의 한 부류(subset)로서 다른 면역세포를 제어하는 작용을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마그달레나 파올리노 조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여성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임신에 적응했는지 규명하는 건 과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과학자들은 RANK 수용체가 가슴샘에서 발현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RANK가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건 처음 밝혀졌다.



새끼를 밴 생쥐에게서 RANK 수용체를 제거하면 생쥐의 가슴샘이 조절 T세포를 만들지 못했고, 그러면 태반의 조절 T세포가 부족해져 유산으로 이어졌다.

정상 임신인 경우 조절 T세포는 산모의 지방 조직에서 염증을 차단하고 체내의 혈당 조절도 돕는다.

RANK 수용체가 결핍된 생쥐는 혈당과 혈중 인슐린 수치가 모두 높았고, 거대아(巨大兒·fetal macrosomia) 등 인간의 임신당뇨병과 유사한 지표도 많이 나타났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파올리노 교수는 "임신당뇨병이 있는 산모의 아기와 비슷하게 (RANK 결핍 생쥐의) 새끼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과체중이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신당뇨병을 가진 여성 환자들이 실제로 태반의 조절 T세포 수가 매우 적다는 걸 확인했다.

임신 기간의 조절 T세포 결핍은 장기적으로 후대의 여러 자손을 평생 당뇨병과 과체중에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새끼를 밴 생쥐로부터 분리한 조절 T세포를, RANK 결핍 생쥐에 이식하면 유산, 어미 고혈당, 새끼 과체중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 산하 분자 생명공학 연구소의 요제프 페닝거 박사는 "임신 여성이 분비하는 성호르몬은 RANK 수용체를 통해 가슴샘을 재정비함으로써 건강한 임신 유지에 도움을 준다"라면서 "가슴샘은 태아가 생길 수 있게 임부(姙婦)의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임부의 신진대사 건강도 적절히 조절한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