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극우단체 '거점' 된 백악관 인근 호텔…호텔은 '전전긍긍'

입력 2020-12-28 15:47
수정 2020-12-28 15:47
미 극우단체 '거점' 된 백악관 인근 호텔…호텔은 '전전긍긍'

"몇 달간 투숙하며 트럼프 지지 시위 벌여"

호텔 측 "명성 떨어질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국 백악관에서 불과 다섯 블록 떨어진 데다 유서도 깊은 해링턴 호텔이 대선 이후 말 못 할 고민에 빠졌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가 지난 몇 달간 거점으로 삼고 워싱턴DC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단체는 해링턴 호텔을 비공식 집결지로 활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와 길거리에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프라우드 보이스 중 수백 명이 이 호텔에 투숙한 뒤 지난 12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내달 6일 워싱턴DC에서 또 다른 시위를 계획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12일 밤 방탄조끼를 입은 채 긴 막대기와 맥주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바로 여기가 우리의 거리"라며 소리치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들의 연령대는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으며, 특히 30∼40대가 주축으로 보인다고 WP가 전했다.

프라우드 보이스는 호텔 식당의 야외석을 차지하고 오후 영업이 끝난 후에도 자정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 다른 손님이나 직원에 불편을 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석 달 동안 이곳에서는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세 차례 나왔다.

이 식당은 1월 5∼6일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알렸다. 프라우드 보이스의 시위가 예정된 시기와 겹친다.



호텔 경영진은 프라우드 보이스의 투숙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프라우드 보이스 때문에 호텔 명성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1914년 문을 연 해링턴 호텔에는 250개의 객실이 있으며, 중단 없이 106년 동안 영업하면서 수만 명의 투숙객이 거쳐 갔던 곳이라고 WP는 소개했다.

프라우드 보이스 엔리케 타리오 단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링턴 호텔이 백악관, 워싱턴DC 중심가와 가깝기 때문에 집결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호텔이나 식당 측에서 나가달라고 하면 다른 갈 곳도 많기 때문에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매일 밤 프라우드 보이스와 극좌 성향의 반파시즘 운동 단체인 '안티파' 등 반트럼프 시위대를 분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개입에도 해링턴 호텔 주변에서 최소 4명이 흉기에 찔리기도 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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