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내각 지지율 추락에 자민당 내 위기감 고조

입력 2020-12-28 11:52
수정 2020-12-28 15:01
일본 스가 내각 지지율 추락에 자민당 내 위기감 고조

닛케이·요미우리 조사서 16%P 급락…출범 후 30%P 가까이 추락

77% "코로나 대응서 지도력 발휘 못 해"…'아베 스캔들'도 악재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지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각 출범 이후 지지율이 30%포인트 가까이 추락하자, 집권 자민당 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28일 전했다.

◇ 역대 내각 출범 3개월 지지율 하락 폭 공동 1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달 25~27일 TV도쿄와 함께 전국 18세 이상 남녀 933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42%로 조사됐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의 여론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16%포인트나 급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같은 기간 16%포인트 상승해 48%였다.



올해 9월 16일 스가 내각이 출범한 후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에서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신문이 26~2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45%로 요미우리의 직전 여론조사(이달 4~6일) 때보다 16%포인트 급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중은 45%로 같은 기간 16%포인트 상승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요미우리 여론조사 기준으로 출범 3개월여 만에 29%포인트나 추락했다.

요미우리가 내각 지지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역대 내각의 출범 3개월 후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스가 내각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2008년 9월 출범·29%포인트 하락)과 함께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 코로나19 부실 대응 평가에 '아베 스캔들'까지

스가 내각의 지지율 추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요미우리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스가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응답은 16%에 그친 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7%에 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측이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벚꽃 모임 전야제' 논란과 관련한 아베 전 총리의 무책임한 대응도 스가 내각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결과, 벚꽃 모임 전야제 논란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 비중이 74%에 달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과 25일 국회 답변을 통해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나는 모르는 가운데 진행됐다"며 책임을 자신의 비서에게 떠넘기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국회에서 야당의 중의원 사퇴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과 만나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스가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전 농림수산상이 수뢰 혐의로 최근 검찰의 가택 압수수색을 받은 것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 여론조사서 국민 절반 "스가 총리는 내년 9월까지만"

이에 따라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스가 총리의 정치 행보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스가 총리가 총리직을 얼마나 계속했으면 좋겠냐는 요미우리 여론조사 질문에 51%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때까지"라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스가 총리의 연임을 바라지 않고 있는 셈이다.

스가 내각 지지율 급락에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가 내각 출범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지지율이 오를 요소가 없다"며 "중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 스가 총리로는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총리는 전날 위성방송 BS TV도쿄의 방송에 출연해서 내년 가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하루하루 착실하게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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