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요기요 매물로 나온다…새 주인 누가 될까(종합)
인수 후보로 IT·유통 대기업 거론…배달시장 지각변동 '촉각'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의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이를 수용하면서 배달시장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내세운 조건은 DH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운영하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팔라는 것이다.
DH는 28일 오후 이 조건의 수용 입장을 밝혔고, DHK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공정위 방침에 반발한 데서 물러난 것이다.
요기요를 포기하고 배당시장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는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시장 점유율(작년 거래금액 기준)은 배달의민족이 78.0%, 요기요가 19.6%(DHK 소유 배달통·푸드플라이 포함 시 21.2%)다.
DH는 6개월 안에 요기요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데,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2위로 올라선다.
외식업계는 요기요의 몸값을 배달의민족 4조8천억 원의 절반 수준인 2조4천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매각에 따른 가치 하락을 고려해도 1조 원대로, 인수 가능한 후보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기요의 몸값을 고려할 때 사모펀드도 어렵고 대기업은 돼야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관심을 가질 기업이 여럿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유통 대기업,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 앱 후발 주자 쿠팡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배달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아직은 선을 긋고 있다.
매물로 나오게 된 DHK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오히려 잘 됐다'는 분위기도 있다.
DHK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합친 시장 점유율이 100%에 육박해 독점 논란을 빚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DHK가 새 주인을 찾게 되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배달시장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음식점과 소비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승인 조건에 ▲ 음식점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 소비자에 대해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금액 사용 ▲ 요기요 배달원 근무조건 불리한 변경 금지 등도 담았다.
독과점 지위를 가진 사업자의 횡포를 막겠다는 것으로, 편법을 쓰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과제다.
현재 식당 주인이 내는 배달 앱 수수료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월 기본 정액 8만8천 원, 요기요는 주문 금액의 12.5%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에 반발하며 공정위에 조건부 승인조차 고려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8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의 배달 플랫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음식점들은 평균 1.4개의 배달앱에 가맹돼 있고 가맹점의 79.2%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고 답했다"며 '독과점 공룡'의 탄생에 따른 폐해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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