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x한국인 미슐랭 스타 셰프가 알려주는 김치 요리 수업
"김치, 장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으로 프랑스에서도 관심 높아"
(투르뉘[프랑스]=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의 유일한 한국인 미슐랭 1스타 셰프와 김치를 담글 줄 아는 프랑스인 미슐랭 1스타 셰프가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알려주는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프랑스 리옹에서 레스토랑 '르 파스 탕'(Le Passe Temps)을 운영하는 이영훈(36) 셰프와 부르고뉴 투르뉘에서 '오 테라스'(Aux Terrasses)를 운영하는 장미셸 카레트(42) 셰프의 작품이다.
애초 두 사람은 김치를 활용한 프랑스식 메뉴를 개발해 더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온라인 요리 수업으로 이를 대체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 셰프와 카레트 셰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카레트 셰프의 식당에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줌으로 한식에 관심을 갖고있는 프랑스인들에게 1시간에 걸쳐 김치찌개와 김치전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했다.
아들과 함께 이날 수업에 참여한 앙드레 씨는 "김치는 매워서 평소에 먹지 못하는데 김치를 응용한 음식은 덜 맵고 맛있어서 좋아한다"며 "프랑스의 크레이프와 같은 김치전을 만들어 먹으니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알려주는 수업에 앞서 카레트 셰프는 이 셰프에게 한국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카레트 셰프는 3년 전 직접 담근 김치를 양고기 요리, 숭어 요리 등과 함께 담아 메뉴로 선보인 적이 있지만, 한국식으로 김치를 담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능숙하게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칫소를 채워 넣을 정도로 김치를 잘 알고 있는 카레트 셰프였지만 한 포기를 담그는 데 들어가는 고춧가루의 양을 보고는 "이걸 다 넣느냐"며 깜짝 놀랐다.
이날 배추 한 포기를 김치로 담글 때 사용한 고춧가루는 50g 정도로 한국인의 눈에는 전혀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프랑스인의 눈에는 생경하게 보였으리라 짐작된다.
카레트 셰프에게 김치를 스스로 만들었을 때와 한국식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더 복잡하고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다"고 답했다.
이 셰프는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있는 셰프, 특히 김치의 가치와 효능을 아는 셰프에게 한국에서 어떻게 김치를 만드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과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에게 요리법을 설명해주는 데에는 이해의 깊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이 셰프의 설명이다.
발효식품으로서 그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 김치에 대한 관심은 프랑스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이 셰프는 "리옹에서만 김치를 직접 담가서 사용하는 프랑스인 셰프 2∼3명을 알고 있다"며 "관심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온라인 수업에 함께했던 쥘리아 귀노(33) 씨도 "파리에서 한국 요리가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 때문에 김치가 점점 더 유행하고 있다"며 "유기농 제품만 취급하는 마트에서도 김치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38만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프랑스 영양학자 장미셸 코엔(61)은 한국의 김치를 장(腸)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극찬하는 유명 인사 중 한 명이다.
건강, 식단과 관련한 다수의 책을 저술한 코엔은 지난 5월 장에 좋은 식품 상위 5개 식품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한국의 김치를 "훌륭한 제품"으로 추천했다.
이번 행사는 2010년부터 10년동안 한국과 프랑스 음식문화 교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우리문화세계로'(G3C)가 주관했으며 해당 영상은 조만간 온라인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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