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호주인 구출에 호주·중국 합심…잠시 '해빙'

입력 2020-12-25 21:15
남극의 호주인 구출에 호주·중국 합심…잠시 '해빙'

호주 기지서 응급환자 발생하자 중국 쇄빙선이 구조작전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호주와 중국이 오랜만에 합심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 온라인판과 호주 A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남극 호주 측 연구기지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자 인근을 지나던 중국 쇄빙선이 구조작전에 참여했다.

호주 측 데이비스 연구기지의 한 연구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의사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호주 측 의사는 데이비스 기지에서 2천800㎞ 떨어진 윌킨스에 있었다.

남극 기지에 빙하 착륙이 가능한 장거리 특수항공기가 없던 호주는 동맹국인 미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문제는 미국의 특수항공기가 착륙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호주 데이비스 기지의 인력은 임시 활주로를 만들기로 했고, 해당 지역까지 이동에선 중국이 제공한 쇄빙선을 얻어탔다.

이후 미국은 2천㎞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특수항공기를 이륙시켰고, 호주 윌킨스 기지에 기착해 의사를 태운 뒤 데이비스 기지까지 이동, 환자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이 연구원은 윌킨스 기지에서 호주 본토로 지난 24일 긴급이송됐다. 환자의 상태나 응급상황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은 아니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호주 측 관계자는 이번 구조작전이 최근 수년간 있던 그 어떤 구조작전보다도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었다면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협력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호주인 구조작업 참여는 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4월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대해 국제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더니 호주산 보리와 와인에도 잇따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관계가 급격히 경색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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