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재발에 관여하는 줄기세포 '분자 스위치' 발견
Mll1 단백질, 암 줄기세포 유전자 조절해 종양 형성 유도
독일 막스 델브뤼크 센터,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대장 내시경의 보급으로 조기 암 검진과 전암성 병소( precancerous lesions)의 검진 단계 제거가 늘어나면서 대장암 사망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서구 국가에서 대장암은 아직도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에 이어 4번째로 위험한 암으로 꼽힌다.
대장암 종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자라, 말기(advanced stage)에 이르러야 검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특히 화학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재발하는 암은 더 공격적이고 더 치명적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암의 재발에 암 줄기세포가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본다.
대장암의 재발 과정에서 '분자 스위치(molecular switch)'처럼 줄기세포 유전자를 조절하는 특정 단백질을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 의학 센터(MDC)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2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이 찾아낸 Mll1라는 단백질은 DNA를 기반으로 삼아 '후성적으로(epigenetically)'줄기세포 유전자를 제어한다.
이 단백질의 생성 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어떤 유전자 조작을 해도 대장암이 생기지 않았다.
암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인간의 대장암 세포는 Mll1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경우 줄기세포와 유사한 특질을 상실하고 공격성도 약해졌다.
종양의 Mll1 단백질 수치가 높은 대장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 결과가 나쁘다는 것도 임상 테이터 분석에서 확인됐다.
Mll1 단백질의 후성적 유전자 제어는 주로 Wnt 신호 경로가 강하게 활성화한 암 줄기세포에서 나타난다.
Wnt 신호 경로는 암 줄기세포의 자기 재생과 분열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생겨 Wnt 신호 경로가 더 활발해지면 그 영향을 받은 암 줄기세포는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했다.
화학치료는 이런 암 줄기세포의 분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화학치료는 암 줄기세포에 대한 선택압을 높이기도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생쥐 모델에 하듯이 인간의 Mll1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대신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실험용 저분자 약물을 개발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발터 비르히마이어 교수는 "이 약물의 작용 경로를 소상히 이해하게 되면 더 좋은 임상 효과가 기대되는 Mll1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침샘암이 생긴 생쥐에 시험해, Mll1 단백질이 정상 줄기세포는 그냥 둔 채 암 줄기세포에만 작용한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Mll1 단백질이 대장암 외에 다른 유형의 암에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실험용 Mll1 억제제가 두경부(head and neck) 종양에도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셀도르프 대학 병원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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