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살게 도와야" 미 마약거래 관련 중범죄 말소 방침 논란
시카고 관할 쿡 카운티 검찰…코카인·헤로인 거래기록도 말소 추진
검사장 "마약 거래는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경제 행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의 검찰이 중독성 강한 마약을 거래하다 중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마약사범들의 전과 기록까지 자동 말소해 줄 방침이어서 논란이다.
킴 폭스 쿡 카운티 검사장(48·민주)은 21일(현지시간) 지역언론 시카고 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리화나(대마초) 거래업자들의 유죄 판결 기록을 깨끗이 삭제해줄 계획"이라며 "헤로인·코카인 소지 등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 거래 기록의 말소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폭스 검사장은 "전과자들이 말소 청원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범죄 기록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쿡 카운티 검찰은 일리노이주가 지난 1월 1일부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시점을 전후해 마리화나를 30g(일리노이주 합법적 거래·사용 기준) 이하 소지한 혐의로 처벌받은 마약사범 2천200명의 전과기록을 자동 말소해준 바 있다.
일리노이주 현행법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30~500g 소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과자들은 기록 말소를 위해 법원에 청원을 넣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폭스 검사장은 "거래량이 많았던 이들도 전과 기록을 자동 말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에게 거래 면허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행위가 합법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마약 거래는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경제 행위였다"며 "현재 합법적인 마리화나 업체들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스 검사장은 나아가 지금까지 범죄 기록의 말소가 거의 불가능했던 중독성 강한 마약 관련 중범죄 전과자들의 기록도 해결해 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한 이후 마약사범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리가 약물 남용을 질환으로 이해한다면 사법 제도도 걸맞게 수정되어야 한다"면서 "질환을 범죄화하는 것이 공공안전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기득권층의 지지를 받는 폭스 검사장은 일리노이주 검찰을 거쳐 2016년 미국에서 2번째 큰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의 검사장에 당선됐다.
그는 작년 초 시카고에서 동성애 흑인 혐오 자작극을 벌인 배우 저시 스몰렛(38)에게 면죄부를 주려다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난달 재선에 성공했다.
쿡 카운티 검찰은 검사 800여 명과 직원 1천500여 명을 두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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