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농협은행장 취임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으로
'디지털 전환 주도' 평가…꼼꼼한 분석·전략가 성향
농협금융, 관료 출신 임명 성향 깨고 내부출신 발탁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그동안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수 많은 관료·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22일 예상을 깨고 내부 인물인 손병환 농협은행장이 낙점을 받았다.
이날 회장으로 단독 추천된 손병환(58) 현 농협은행장은 대체로 금융계에서 '꼼꼼한 분석·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3월 행장에 취임한지 불과 9개월만에 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것도 이런 역량과 행장 취임 이후 업무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손 행장은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남 창원과 경기도 시흥 능곡지점 등을 거친 뒤 2005년부터 중앙회 기획조정실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는 기획팀 팀장으로서 농협중앙회의 전략을 맡았다.
2012년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돼 농협은행이 출범할 당시에는 서울대지점 지점장으로 있다가 2015년 스마트금융부 부장으로 옮겼다.
손 행장은 스마트금융부장 재직 시절 농협은행의 디지털 기술 도입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때 핀테크 기업에 사업 제휴부터 창업까지 지원하는 공간인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열었다.
이 센터는 농협은행이 작년에 서울 서초구에 대규모로 조성한 디지털 연구·개발(R&D) 겸 핀테크 육성공간인 'NH디지털혁신캠퍼스'의 출발점이 됐다.
손 행장은 이어 핀테크 기업이 농협의 금융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금융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NH핀테크 오픈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지금까지 농협은행은 오픈 API 도입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손 행장은 올해 3월 하순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하고서는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DT)을 뚜렷한 목표로 잡고 행동에 옮겼다.
손 행장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휴먼뱅크'를 모토로 제시하고, 취임 3개월여 만인 올해 7월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으로 전격 영입했다. 농협은행 출범 후 첫 외부 출신 부행장이다.
디지털 전환이 현재 모든 금융지주사의 화두인 상황에서 손 행장의 이런 디지털 사업 관련 추진력은 회장 선정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 출신인 신충식 초대 회장 이후 4명의 후임 회장을 모두 관료 출신으로 선임한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것도 손 행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의 업무 성향은 매우 꼼꼼한 편이고 업무 관련 지식이 다방면으로 깊어서 아래 직원들이 보고할 때 늘 긴장한다"며 "본질적인 디지털 전환은 기술뿐 아니라 영업, 관리, 조직관리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임추위가 그 역량이 충분한 인물을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hy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