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 베네수엘라 여야, 영토 분쟁에서만큼은 한목소리

입력 2020-12-21 02:14
'상극' 베네수엘라 여야, 영토 분쟁에서만큼은 한목소리

마두로·과이도,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 다루기로 한 ICJ 비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첨예하게 대립해온 베네수엘라 여야가 드물게 한목소리를 냈다. 이웃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과 관련해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영토 주권을 훼손하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비열한 결정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적인 주권을 지킬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태양은 에세키보(에세퀴보의 스페인어식 발음)에서 뜬다"고 덧붙였다.

이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유엔 ICJ가 전날 가이아나 에세퀴보강 서쪽 유역을 둘러싼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의 영토 분쟁에 있어 자신들의 관할권을 인정하고 개입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ICJ는 해당 지역을 가이아나의 영토로 인정한 1899년 중재 결정이 아직 유효한지를 가리게 된다.

마두로 대통령의 라이벌인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도 마두로 대통령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과이도 의장은 19일 성명에서 ICJ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이 이슈에서 ICJ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은 다만 이번 ICJ의 결정이 "국익보다 이념과 당리를 우선한" 마두로 정권이 책임이라고 정권 비판도 잊지 않았다.

남미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의 해묵은 영토 분쟁은 이전에도 베네수엘라가 드물게 '국민통합'을 이루게 하는 주제였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에세퀴보강 서쪽 지역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민지 시절부터 제기된 논란 끝에 1899년 국제 법원이 영국령 가이아나의 손을 들어줬는데, 베네수엘라는 이후 1966년 자국과 영국이 영토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맺은 '제네바 합의'로 1899년 결정이 무효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가이아나는 1899년 결정이 유효하다며 유엔에 중재를 요청했고, ICJ에는 관할권이 없다는 베네수엘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문제가 ICJ에서 다뤄지게 됐다.

가이아나 전체 국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에세퀴보강 서쪽 지역은 금 등 광물과 삼림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최근 이 지역 바다에서 유전도 발견됐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