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찾기·방송복귀·퇴임인터뷰"…트럼프 참모들 '떠날 준비'
펜스, 고별순방·새집구하기…백악관 비서실장, 컨설팅업체 논의
백악관 마지막 투어·점심·촬영 등 '기념품' 요구…막판 사면 요청도 쇄도
"트럼프, 관저서 트윗하며 시간 보내…대선後 모금 상당액 퇴임후 정치자금"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의 측근들은 탈(脫) 백악관을 기정사실로 하고 앞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확인하는 다음 달 5일 상·하원 합동회의 직후 고별 외국 순방을 계획하고 있고, 워싱턴DC 교외에 새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 참모 및 측근들과 함께 컨설팅업체를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방송으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최근 미국기업연구소와 인터뷰를 했고, 거기서 자신의 후임자에게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점심, 웨스트윙에서의 사진 촬영 등 '기념품'에 대한 요청이 매일 흘러넘친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는 "웨스트윙 투어, 선물 가게 방문, 자신의 크리스마스카드를 위한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기념사진까지 모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아이스크림의 마지막 한입까지 맛보려 한다"고 말했다.
의회로부터의 막판 사면 요청도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사면 희망자들은) 퇴임 전 권력을 자유롭게 행사 중인 트럼프로부터의 막판 시혜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그런 요청들에 놀랐다면서 "수백 명"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 사면과 관련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 대한 진지한 계획은 없으며, 참모들이 취업 면접을 보거나 재택근무를 하면서 백악관이 휴면상태라고 말했다.
헤드헌터 및 컨설턴트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열심히 다음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1월 20일 퇴임 전에 들키면 해고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존 매켄티 백악관 인사국장이 지난달 대선 이후 구직에 나선 정부 내 인사를 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미 마이애미 근처의 외딴 섬에 3천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샀다.
WP는 "트럼프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지만 백악관 주변의 모든 징후는 4년간의 소용돌이가 끝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각종 정부 위원회를 트럼프 충성파들로 채우고 있다.
로비스트이자 캠프 모금자인 브라이언 발라드를 케네디 센터에,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을 공군위원회에, 코리 르반도프스키와 데이비드 보시를 국방부 자문위원회에, 트럼프의 불복 소송 총대를 멘 루디 줄리아니의 아들 앤드루를 홀로코스트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앉혔다.
이 선임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백악관이 이들 자리를 충성파에 대한 마지막 선물로 여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프린스턴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줄리언 젤리저는 "(임기 말에는) 언제나 마지막 투어와 사면을 얻으려는 노력, 일자리를 얻으려는 노력이 있다"며 "마지막에는 권력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것은 선거 정당성을 공격하고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접촉한 4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요즘 동맹과 전화하고 대선에서 이겼다는 거짓 트윗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관저에서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공화당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바이든 승리를 인정한 지난 15일 그에게 전화해 불법 선거였기 때문에 상원이 바이든 당선을 선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을 뒤집는 것에서부터 상·하원 의원들을 압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택지가 남았는지 참모들에게 묻고 있다고 한다.
일부 측근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앞서 더 나은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바이든 행정부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초토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연례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연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캠프는 대선 이후 2억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 중 최소 6천600만 달러는 트럼프의 '세이브 아메리카' 정치활동위원회(PAC)로 넘어가며, 이 돈은 퇴임 이후 정치활동에 쓰일 것이라고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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