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실적 낸 정유업계…올해 누적 적자 5조원 육박
'종전 최악' 2014년 적자의 6배…"석유수요·정제마진 추락 영향"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뤄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세로 석유제품 수요와 정제마진이 저조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백신 접종이 이뤄져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께부터 실적이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까지 4조8천74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이 2조2천439억원으로 적자가 가장 컸다. 에쓰오일(S-OIL)이 1조1천808억원으로 다음이었고, GS칼텍스(8천680억원), 현대오일뱅크(5천147억원)도 적자를 기록했다.
반짝 흑자전환한 정유사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와 이에 따른 저조한 석유제품 수요로 4분기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연합인포맥스로 최근 1개월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2천187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효과로 3분기 적자 규모를 289억원까지 개선했지만, 4분기에 재고평가 이익이 줄고 정제마진 약세도 이어지면서 적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분기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GS칼텍스도 재고평가 이익 효과가 사라지면서 다시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4분기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적자 규모가 더 커 정유 4사의 누적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이 사상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전까지 가장 좋지 않았던 시기는 산유국 간 '저유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락했던 2014년이 꼽혀왔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가 모두 적자를 내 정유업계는 총 7천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37년, GS칼텍스는 6년, 에쓰오일은 34년 만의 적자였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폭락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했던 2014년이 그동안 최악의 해였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올해 적자는 2014년을 뛰어넘었다"며 "올해 정유업계 성적표는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낸 배경은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수요 실종과 정제마진의 추락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항공유와 선박 연료 등으로 쓰이는 벙커C유 등 소비가 많이 감소했고, 국가차원의 이동 제한 조치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석유제품 판매도 줄었다.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달러를 넘어야 수익이 나는데,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0.3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1월 83.8%에서 10월 71.6%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정유사의 실적이 본격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안타증권[003470]은 SK이노베이션의 내년 영업이익을 1조원으로 예상하며 "코로나19 백신효과로 휘발유, 항공유 등 수요회복이 가시화되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회복해 하반기 실적 회복이 뚜렷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003540]은 "낮아진 설비 가동률과 높아진 제품 재고를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부터 정제마진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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