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민 '노숙 시위'서 추위·교통사고로 24명 사망"
지난달부터 뉴델리 인근 차량·텐트서 수만명 숙식…농업개혁법 반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달 하순부터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에서 계속된 농민 시위 과정에서 2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고 야외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와 추위로 목숨을 잃은 이가 속출한 것이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는 18일 농민 단체 대표 등을 인용해 시위가 이어진 지난 3주 동안 농민의 희생 상황을 집계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9명 이상이 시위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숨졌고, 추위와 심장마비 등으로 목숨을 잃은 이도 1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지도부 중 한 명인 발비르 싱 라제왈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희생자의 가족에게 보상하고 희생자의 가까운 친척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뉴델리 북부와 서부 진입도로 인근에는 농민 수만 명이 텐트와 차량을 동원해 숙식하며 '농업개혁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뉴델리 시내로 이동해 행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등 당국은 바리케이드와 컨테이너 등으로 진입로를 막고 대치한 상태다.
이 와중에 최근 이 지역의 기온이 5도까지 내려가고 강풍까지 불면서 노숙하는 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시위에 나선 농민의 상당수는 노인이다.
농민들은 올해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도입한 농업 개혁 관련 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을 시장에 대부분 개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 업체 등과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당국은 이 법이 규제 완화를 통한 유통 시장 현대화 조치라며 농업 생산성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주도권을 가진 대형 민간 회사가 가격 담합 등을 통해 헐값에 농산물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위대의 다수를 차지하는 펀자브주 농민들은 쌀과 보리 경작에 치중하면서 정부 보조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새 제도 도입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위대 가운데 터번을 쓴 시크교도들은 대부분 펀자브주에서 온 농민들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인도 정부는 시위대와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정부 측은 관련 법률을 일부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농민들은 최저 가격제 법적 보장 등과 함께 법률을 폐기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 대법원은 전날 농민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을 기각하면서 정부와 농민 대표에게 전문가로 구성된 중재 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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