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맨' 살기 직전 알프스 고지대 얼음 없었다
약 600년 사이 빙하지대로 바뀌어…3천500m 빙하 얼음기둥 분석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알프스 산맥 빙하 속에서 냉동돼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아이스맨' 외치(Otzi)는 약 5천300~5천100년 전 남성의 미라다.
그가 숨질 당시 눈과 얼음으로 덮인 알프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로부터 불과 600년 정도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알프스의 3천~4천m 고지대에는 얼음이 없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과학원 소속 파스칼 볼레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외츠탈 알프스 산맥 빙하의 얼음 기둥을 분석해 약 1만1천650년 전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홀로세(現世)에 내내 얼음으로 덮인 곳은 4천m 이상 고지대뿐이라는 결과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했다.
네이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을 이루는 외츠탈 알프스 산맥의 바이스세스피체 산 3천500m 정상에서 빙하의 기반암까지 얼음기둥 두 개를 채취했다.
연구팀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을 활용해 빙하 11m 깊이에 있는 기반암 바로 위 얼음이 약 5천900년 된 것임을 확인했다. 기반암 바로 얼음은 첫 얼음이 언 시점을 특정해주는 것으로 그 이전에 얼음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스맨 외치가 발견된 곳은 이곳에서 약 12㎞ 떨어진 곳으로 해발 고도는 300m 가량 낮은 3천210m지대였다.
이는 외치가 살던 곳이 불과 몇백년 사이에 얼음이 없던 곳에서 빙하지대로 바뀌었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앞서 이뤄진 다른 연구에서는 알프스의 4천m 이상 고지대 빙하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은 홀로세 초기인 1만1천500년 전 것으로 분석됐다. 홀로세 내내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홀로세에 알프스의 4천m 미만 고지대에서 빙하가 후퇴하는 퇴빙 현상이 전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현재 진행되는 퇴빙이 전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데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얼음이 녹는 속도로 볼 때 바이스세스피체 산 정상의 기반암 바로 위 얼음은 앞으로 20년 안에 녹아 사라질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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