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기업들 팬데믹 속 흑자내고도 주주만 배불려…직원은 해고

입력 2020-12-17 16:07
수정 2020-12-17 16:28
미 대기업들 팬데믹 속 흑자내고도 주주만 배불려…직원은 해고

WP 자체분석 결과 50대 대기업 중 45곳 흑자…온라인 매출증가

흑자기업 27곳 총 10만명 해고…"순이익 79% 주주환원"

"팬데믹 경제 타격 줄이는 대신 빈부격차 심화시켰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국 대기업은 대체로 흑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이윤을 내고도 직원들을 대거 해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 50곳 중 45곳이 올해 4∼9월에 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시기였지만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등 온라인 기반 서비스의 수요는 외려 늘었다.

집에 오래 머물게 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청소용품과 요리도구 등 소비재를 다량으로 사들여 홈디포, 월마트 등 유통업체 역시 매출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이동 제한에 따른 타격이 큰 식당, 여행, 숙박업계도 대기업은 큰 피해를 면했다.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테이크아웃과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늘리고 이를 위한 앱을 출시하며 팬데믹에 대응했다.

대기업과 달리 팬데믹의 초기 충격을 감내할 수 없었던 중소기업들은 매출이 떨어지거나 폐업했는데, 이들의 자리를 대기업이 차지하며 이득을 보기도 했다고 WP는 설명했다.



하지만 50대 대기업 중 최소 27곳이 이 기간에 총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4∼9월 약 560억달러(약 61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자회사 한 곳에서 1만3천 명이 넘는 직원이 해고됐다.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존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한 화상회의에서 "페이팔의 전망을 두고 우리가 이토록 들뜨고 활기찬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호실적을 자부했다.

하지만 WP의 분석 결과 페이팔은 올해 4∼9월 약 100명을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서도 결국 해고를 감행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직업 안전성과 심적 안정"을 위해 약 7만3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 후인 6월,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뉴욕과 스위스에서 직원 총 44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두고 WP는 "일부 기업은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를 인건비를 줄일 구실로 봤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흑자를 낸 대기업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환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50대 대기업이 4∼9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한 돈이 총 2천400억달러(약 262조3천700억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순이익 합계의 79%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우수한 실적을 낸 기업들이 직원보다 주주들을 더 챙기는 행태는 경영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샌타클라라대의 기업윤리 전문가인 커크 핸슨은 "우수한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사람들에게 줄 타격을 줄일 의무가 있는데, 외려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가 직원을 해고한 27개 대기업에 연락한 결과 대다수는 해고가 팬데믹과 무관했으며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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