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20] 잡히지 않는 집값에 전세난까지…'대책 또 대책'

입력 2020-12-17 07:10
[결산2020] 잡히지 않는 집값에 전세난까지…'대책 또 대책'

'규제→풍선효과→규제' 반복…수요억제책에 공급대책까지 '총망라'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난 심화…내년 입주 물량 적어 장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대책에도 좀처럼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일 년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과열 지역을 규제로 누르면 투기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어김없이 발생했고, 잇단 규제에 내성이 생긴 듯 시장이 안정되지 않아 정책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새 임대차법은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돼 전세난 장기화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 반복되는 풍선효과에 규제 또 규제…고강도 수요 억제책 빈발

정부는 작년 말 초강력 수요 억제책으로 꼽히는 12·16대책을 발표하고, 이후에도 시장 과열 지역에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며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신호에 수요가 움츠러들면서 12·16대책 직후 서울은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규제가 덜한 수원, 용인, 성남 등 지역에 곧 투자 수요가 옮겨가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공언대로 2·20대책을 통해 수원, 안양, 의왕 등 집값 급등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핀셋 규제로 대응했다.

이때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30%로 더 낮추며 주택 대출도 조였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투기 수요는 다시 인천, 경기 군포·안산, 대전 등지로 옮겨가 집값을 올려놨다.

서울에서는 5∼6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잠실 마이스(MICE) 및 현대차그룹 삼성동 신사옥(GBC) 계획 등 대형 개발 호재가 터지며 3∼5월 눌렸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정부는 다시 고강도의 6·17대책으로 응수했다.

6·17대책에서 정부는 접경지역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아예 풍선효과가 발생할 곳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다.

규제 수위도 더 높였다.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면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처분하고 전입하도록 했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를 기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모든 거래로 확대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모든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의 증빙서류도 내도록 했다.

다주택자와 함께 투기 수요로 지목한 법인의 주담대를 아예 금지하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강화하는 세제 대책도 함께 내놨다.

한편에선 이같이 강력한 대출 규제가 집 없는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 두 차례 공급대책 효과는 '아직'…임대차법이 전세난 키운 '역설'

6·17대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추가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6·17대책 발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7·10대책을 내놨다.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규제를 가하며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차단하고 현재 다주택자이면 실거주 이외 주택을 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그동안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던 등록임대제를 손보기로 하고 단기임대와 아파트 매입 장기임대를 폐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고 공급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5·6 공급대책과 8·4 공급대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 신호를 보냈다. 8·4대책에서는 수도권에 13만2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재건축, 공공재개발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용적률·층수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유인책도 이때 함께 내놨다.



상반기까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전세 시장은 8월 이후 급격히 불안해졌다.

7월 말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전격 도입한 임대차 2법 시행 후 역설적으로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셋값이 급등해 당정을 난처하게 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크게 늘면서 물건이 급감했고, 2년에 5% 이내에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게 된 집주인들이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 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100% 실수요 시장인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서민 주거가 불안해지자 정부는 다시 전세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정부는 11·19 전세대책에서 확보 가능한 주택을 최대한 끌어모아 2022년까지 11만4천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공공임대의 질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일반 임대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켜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책 발표 직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제시된 전세대책이 당장 불붙은 전세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전세로 공급하겠다는 계획 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알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번진 전세난은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수요가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내년도 걱정이다. 민간업체 부동산114 조사에서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