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처럼 딱딱'…공장서 병원까지 코로나백신 수송 대작전
백신 원액 만드는 데만 3개주 거쳐…벨기에서 오는 백신도
예행연습 시 접종기구 이틀 지연…날씨·차량고장·환자 '노쇼' 등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모든 요소가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하는 대(大) 수송 작전.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송과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수송과정을 전하며 "전국 수천 곳에 백신을 보내려면 복잡하고 거대한 운송체인의 모든 요소가 유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문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고향'은 백신의 기초가 되는 원료를 만드는 실험실이 자리한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 교외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들어진 원료는 매사추세츠주(州) 앤도버로 넘어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으로 변환된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백신계에선 최신기술인 mRNA를 활용한 백신이다.
mRNA는 미시간주로 넘어가 인체에 투여될 수 있도록 '지질나노입자'(LNP)로 포장되는데 이를 마치면 '백신원액'이 된다. 원액이 되는 데만 3개 주를 거처야 하는 셈이다.
접종 시엔 원액에 생리식염수를 섞어 희석한다.
백신은 원액상태로 각지에 배송되는데 원액을 담은 유리병은 접시에 넣어져 드라이아이스가 채워진 여행용 가방 크기의 상자로 옮겨진다. 한 상자에는 195병의 원액이 실리는데 이를 생리식염수로 희석하면 약 490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인 975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만큼이 된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배송·보관돼야 효과와 안전성이 유지된다. 이를 위해선 많은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한데 화이자는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 자체 드라이아이스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백신 운반 상자에는 휴대전화 크기의 장치가 하나 부착된다.
화이자는 이 장치를 통해 온도와 위치, 상자 개봉 여부 등을 확인한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생산된다.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브뤼셀에서 시카고로 75만도즈가 배송됐다.
공항에 도착한 백신은 페덱스와 UPS가 켄터키주 루이빌과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물류허브로 배송한다. 물류허브에 도착한 백신은 다음 날 실제 접종이 이뤄지는 지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우선 화물'로 처리된다.
백신만 배송한다고 끝이 아니다.
백신을 접종하는 데 필요한 주사기와 주삿바늘, 접종 부위를 소독할 알콜스왑, 마스크 등도 함께 배송돼야 한다.
접종에 필요한 장구들은 미 전역에 있는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McKesson)의 공장에서 상자에 포장된 뒤 루이빌의 UPS 물류허브로 옮겨져 전국에 배송된다. 한 상자당 500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만큼의 기구가 들어간다.
백신과 접종기구가 딱 맞게 배송되게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실제 배송 예행 연습 중 접종기구가 백신보다 이틀 늦게 도착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해동 후 냉장(영상 2~8도) 상태에서 닷새까지만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틀 지연'은 치명적일 수 있다.
추운 날씨나 배송차량 고장 등 이외에도 배송을 방해할 변수는 많다.
격오지의 경우 엄격한 절차를 준수할 배송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또 일선 병원에서는 혼잡을 피하고자 예약을 받고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큰데 접종대상자가 제때 오지 않을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최대 닷새인 보관기간을 고려하면 접종대상자의 '노쇼'로 버려지는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요시 셰피 교수는 "백신 자체와 이를 담을 유리병, 드라이아이스, 운반용기 등 모든 것이 한 장소에 함께 도착해야 하며 적합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를 수령해야 한다"라면서 "이를 지휘할 지휘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