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내년부터 '이중 화폐' 폐지…"24페소 1달러에 연동"
경제학자들 "시장왜곡 없앤다" 평가…"물가 폭등할 것"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쿠바 정부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5년 넘게 사용해온 '이중 화폐'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다음 달 1일(현지시간)부터 이중 화폐제를 폐지하고 24페소의 가치를 1달러에 연동하겠다고 10일 밝혔다고 로이터,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함"이라며 "(이중 화폐 폐지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게 아니지만, 더 단단하게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전통 페소화(CUP)와 태환 페소(CUC) 중 어떤 화폐를 폐지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CUC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통화개혁이 시장원리를 왜곡하던 이중 화폐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쿠바는 1994년부터 CUP를 외환으로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달러화와 바꿀 수 있는 CUC를 따로 도입하는 이중 화폐제를 도입해왔다.
1CUC의 가치는 1달러로 고정됐다.
하지만 쿠바 정부는 CUC 가치를 자의적으로 책정했다.
국영기업은 1CUP로 1CUC를 얻을 수 있었지만, 쿠바 국민과 민간기업들은 1CUC를 구하기 위해 24∼25CUP를 지불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화개혁으로 쿠바가 엄청난 물가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쿠바 경제학자 페드로 몬레알은 이중 화폐 폐지로 쿠바인들이 받는 명목임금이 80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십 년간 쿠바경제를 연구해온 카멜로 메사 라르고 피츠버그대 명예교수는 "(이중 화폐 폐지는) 즉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구매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소·달러 고정환율이 1에서 24로 상승하는 것은 페소 가치가 2천400%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라르고 교수는 "최근 몇 달 사이 이미 자유시장에서 물가가 폭등했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87페소였던 달걀 한 판이 지금은 175페소다. 이는 물가가 두 배 뛰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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