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 인권침해 논란 왕실모독죄 폐지 유엔 개입 촉구(종합)

입력 2020-12-10 22:19
태국 시위대, 인권침해 논란 왕실모독죄 폐지 유엔 개입 촉구(종합)

인권선언일 맞아 유엔에 서한…"내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대표단 파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10일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을 맞아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왕실모독죄 폐지를 촉구했다.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일부는 이날 방콕 시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건물 앞에 모였다.

이들은 '언론 자유를 위해 왕실모독죄를 폐지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전직 잡지 편집장으로 잡지 기사 때문에 왕실모독죄로 7년간 복역했던 솜욧 프룩사카셈숙은 태국 정부가 해당 법의 적용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에 전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솜욧은 취재진에 "왕실모독죄는 어떤 나라도 승인하지 않는 구시대적인 법"이라면서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막고, 정부는 반대파들을 말살하는 데 이 법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정부 단체가 내년 5월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인권위원회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태국 경찰은 군주제 개혁·총리 퇴진·군부 제정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지도부 23명에 대해 무더기로 왕실모독죄를 적용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 법이 최근 3년간 거의 적용된 적이 없다면서, 23명에 대한 왕실모독죄 적용은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수라고 지적했다.



왕실모독죄 재판은 '국가 안보'라는 이유를 들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언론 취재 역시 제한적이어서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태국 지부도 최근 사태와 관련해 왕실모독죄가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 적용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후 민주주의 기념탑 옆에 있는 1973년 10월 학살 기념관에서 왕실모독죄 폐지 관련 세미나 등을 열었다.

한편 경찰은 시위대의 행진 가능성에 대비해 대형 컨테이너로 왕궁과 총리실 청사로 향하는 길목을 막았다. 일부 시위대는 컨테이너 앞에 텐트를 치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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