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품는 현대중공업…건설기계 글로벌 7위 도약
DICC 위험에도 적극적 인수 의지에 우선협상대상자 낙점
두산 구조조정 마무리 수순 돌입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 우선협상자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선정되면서 인수 성공 여부와 국내외 건설기계시장에의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034020] 유상증자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성공하면서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3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 이행도 마무리하게 됐다.
◇ DICC 위험에도 인수에 적극…결국 현대重이 안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267250]-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24일 본입찰 이후 16일만이다.
우선협상자 선정이 2주 넘게 지체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 관련 논의가 길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법인인 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DICC 기업공개(IPO)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무산 등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이 1심은 두산인프라코어, 2심은 FI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내년 초로 예상된 대법원판결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패소할 경우 최대 1조원 가량의 우발채무를 떠안게 된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소송에서 이겨도 FI가 동반 매도 청구권을 행사하면 DICC를 팔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인수 후보자들은 본입찰 이전 두산그룹에 소송과 관련한 보증금 예치를 요구했고, 두산그룹은 대신 DICC와 관련한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자들이 DICC 리스크로 막판 발을 빼면서 흥행이 예상됐던 본입찰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유진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두산그룹은 소송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우발부채 규모를 가늠해 책임을 떠안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가격이 8천억원~1조원 가량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소송에 패소해 최대 1조원 가량의 우발채무를 책임지면 그룹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런 리스크에도 적극적 인수 의지를 보이면서 결국 우선협상자로 낙점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인수하기 위해 이번 본입찰에서 8천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전일 종가 기준 1조7천6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3주간 추가 협상을 마친 뒤 본계약 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 7위 건설기계업체로…기업결합심사도 넘어야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마무리되면 굴착기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267270]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급망과 기술력을 안고 국내 1위, 세계 7위 업체로 뛰어오른다.
영국 중장비 전문지 KHL의 옐로테이블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세계시장점유율은 각각 3.3%(9위), 1.2%(22위)다.
두 기업이 합쳐질 경우 미국 캐터필러(16.2%), 일본 고마쓰(11.5%), 미국 존 디어(5.5%), 중국 XCMG(5.5%), 중국 사니(5.4%), 볼보(4.6%)에 이어 7위 업체가 된다.
이번 인수에서 빠지는 '캐시카우' 두산밥캣의 매출을 제외해도 현대건설기계는 매출 순위에서 JCB에 이어 13위로 뛰어오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입지를 고려하면 현대건설기계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해외 굴착기 기업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23%로, 굴착기 시장 세계 1위인 미국 캐터필러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또 세계건설기계 시장이 정보통신, 사물인터넷 등을 이용한 스마트 건설기계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AI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1·2위 업체가 합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국내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 20%로 둘이 합치면 공정위가 독점으로 간주하는 50%를 넘게 된다.
하지만 국내 굴착기 시장이 수요자가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공급 과잉시장임을 고려하면 기업결합은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내부에서 나오는 동종기업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현대중공업 그룹 관계자는 "건설기계 분야는 수입 제한이 없는 완전자율경쟁 시장으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있어 심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본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지만 양쪽 기업이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마지막 퍼즐' 맞추며 두산 구조조정 마무리
아직 본계약을 남겨뒀지만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7부 능선을 넘으면서 두산그룹 경영정상화도 탄력을 받게 됐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지원받을 당시 약속한 자본확충 계획을 대부분 이행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1천850억원)를, ㈜두산은 두산솔루스[336370](6천986억원·대주주지분 포함)·모트롤BG(4천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천억원)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한 바 있다.
또 오너 일가가 보유한 두산퓨얼셀[336260] 지분 무상증여를 통해 6천억원 가량의 자본도 확충했다.
여기에 더해 두산중공업은 지난 7일 유상증자를 통해 1조2천12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오는 24일 신주로 상장된다.
'빚 갚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그룹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그룹이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고, 구조조정 후 두산의 배당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산그룹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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