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검찰 '딴소리'…"'레드불 손자' 경찰이 잡아 와야 기소"

입력 2020-12-10 10:13
수정 2020-12-10 10:19
태국 검찰 '딴소리'…"'레드불 손자' 경찰이 잡아 와야 기소"

9월엔 "뺑소니 과실치사 외에 마약 복용 추가 기소"…'소나기' 피하니 본색?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검찰이 '태국판 유전무죄'로 국민적 분노를 산 레드불 손자 뺑소니 사망사건과 관련해 또다시 발을 빼는 모양새다.

10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검찰총장실의 쁘라윳 펫치쿤 부대변인은 전날 언론에 레드불 창업 3세 오라윳 유위티야(35)의 뺑소니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현황을 설명했다.

쁘라윳 부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에는 그의 마약 복용 혐의에 대한 기소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라윳은 해외 도피 중이며,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 사건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전에 그를 찾아내는 것은 경찰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지난 9월 검찰이 발표한 입장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검찰은 당시 성명을 통해 "오라윳이 과속했고 사고 전에 마약을 복용했다는 중대한 증거가 있다"면서 "오라윳에 대해 기존의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및 새로운 코카인 복용 혐의 관련 기소 지시가 내려졌다"고 언급했었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은 2012년 9월 태국 방콕 시내에서 외제 차인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오라윳 체내에서 마약인 코카인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봐주기 속에 오라윳이 해외로 도피한 가운데 검찰은 그에게 유리한 증언을 들어 지난 7월 불기소 결정을 내려 여론의 반발을 샀다.

'유전무죄' 논란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결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직접 진상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진상조사 결과 정치인과 검·경 그리고 변호사가 연루된 '레드불 손자'를 보호하려는 조직적 음모 및 비호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검·경도 당시 수사를 재검토한 결과, 잘못된 점이 있었다며 기존 과실치사 혐의 외에 마약 복용 혐의도 추가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후 국제형사기구(인터폴)는 10월 초 오라윳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고 통보했다고 태국 경찰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적색수배령에도 불구하고 오라윳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인데다, 검찰까지 다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사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전망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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