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코로나 백신 둘러싸고 혼선…보건부, 접종시기 갈팡질팡
대통령-상파울루 주지사 경쟁심리도 작용…지방정부·법조계 소송 예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대응에 실패한 데 이어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도 논란을 빚으면서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건부가 코로나19 백신 승인과 접종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면서 혼선을 가중하는 가운데 지방 정부와 법조계는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브라질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르면 이달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주엘루 장관이 밝힌 백신 접종 시기는 최근 2주 동안에만 세 번째 달라진 것이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파주엘루 장관은 백신 접종이 내년 3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가 내년 2월 말로 앞당긴 데 이어 이번엔 이달 내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주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파주엘루 장관은 전날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협의하면서 "국가예방접종계획(PNI)은 말 그대로 국가적인 계획이며 다른 것과 병행할 수 없다"며 주 정부별로 이루어지는 백신 접종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내년 1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상파울루주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다.
2022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유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내년 1월 25일부터 중국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단계적으로 시작할 것이며, 보건 인력과 60세 이상 고령자, 원주민 등 취약계층이 우선 접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도리아 주지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연방정부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백신 접종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방 정부는 물론 브라질변호사협회까지 나서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리아 주지사는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이 시노백 백신을 신속하게 승인하지 않으면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변호사협회는 다른 나라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백신의 수입·접종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라질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전날까지 누적 확진자는 667만4천999명, 누적 사망자는 17만8천159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일과 7일에는 2만 명 대로 줄었으나 전날은 다시 5만 명대로 늘었다. 일일 사망자는 6∼7일 300명대로 감소했다가 전날은 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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