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한국 방역 소개…"과학수사 같은 역학조사" 호평
"체계적이고 사생활 침해적일 수 있지만 확진자 추적에 성공"
"한국 지도자, 탄핵 거치며 위기에 신속히 대응 못하는 데 두려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인구 5천200만의 한국에서는 어떻게 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00명대인 걸까.'
하루에도 수백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는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놀라울 따름인지 최근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하원 조사위원회가 이달 초 발간한 정보 보고서에서 한국이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해온 방식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유력 일간지가 한국을 조명했다.
르몽드는 9일(현지시간) 신문 1∼3면을 할애해 프랑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추적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11월 중순의 한국에 다녀와 작성한 특집 기사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뛰는 역학조사관의 땀방울에 초점을 맞췄다.
2인 1조로 팀을 이룬 역학조사관이 이동통신사 자료, 폐쇄회로(CC)TV 영상, 카드 거래내용 등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진자의 발자취를 뒤쫓는 일과를 소개했다.
르몽드는 "한국은 코로나19 추적을 일종의 과학수사처럼 진행한다"며 "체계적이고 사생활 침해적일 수도 있는 철저한 동선 추적으로 계속해서 코로나19 환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관이 제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한국도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큰 위기 상황에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며 역할조사관의 활약에 주목했다.
역학조사관의 꼼꼼한 추적으로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초반에는 확진자의 동선을 자세히 공개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 당시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될까 두려워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상이 공개돼 괴롭힘을 당한 일들을 그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르몽드는 "한국 정부는 이러한 실책을 수정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냈고 모두가 여전히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동할 권리를 제한하지 않고, 상점 영업을 허용하면서도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를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뼈아픈 경험에서 찾았다.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뒤 신속하게 감염자를 파악하고, 감염자 동선 정보를 올바르게 활용하여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탄핵당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의 지도자들은 신속하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르몽드의 보도에 앞서 프랑스 M6 방송사도 지난달 22일 시사 프로그램 '66 미뉘트'에서 한국의 수도 서울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45분 동안 보여줬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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