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내용은…엇갈린 평가 속 기업은 대책 부심

입력 2020-12-09 18:21
수정 2020-12-09 18:30
'공정경제 3법' 내용은…엇갈린 평가 속 기업은 대책 부심

감사위원 선출시 의결권 3%까지만 인정…전속고발권 유지·총수일가 일감규제 강화

삼성·현대차 등 6개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 강화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남권 차지연 박의래 정수연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공정경제 3법'이 9일 일제히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른바 '3%룰'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가장 먼저 통과했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뽑는 경우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의결권을 각 3%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완화됐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된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없던 일로 돼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담합 수사에 나설 수 있다.

금융복합기업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위험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재계의 반발에도 공정경제 3법이 통과하자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 감사위원 선출시 의결권 3%까지만 인정

상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를 감시해야 하는 감사가 최대 주주의 영향력 안에 있어 감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상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다만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도 신설된다.

현행 상법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를 상대로 손해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을 인정한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처럼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때는 일반 주주가 해당 자회사에 책임을 물을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

개정안은 비상장회사는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상장회사는 0.5% 이상 주주에게 소송 제기 자격을 준다.



◇ 40년 만의 공정거래법 개정…전속고발권 유지·일감 규제 강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된다. 앞으로도 공정경제 관련 사건은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것이 정부안에 들어갔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기업집단 규율 법제와 관련해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오를 회사가 많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현행 총수 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또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로 높였다.

또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경영권 '꼼수 승계'도 막는다.

기업결합(M&A) 신고 기준도 확대된다.

지금은 인수대상 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인수금액이 큰 경우에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후속 시행령 등을 통해 관련 기준을 정비할 계획이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은 그동안 별도의 정부안으로 추진됐으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됐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또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 삼성·현대차 등 금융복합기업 감독 강화…건전성·위험 관리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은 자산 규모, 영위 업종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대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집단 전체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이 대상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012030] 등 6곳이 제정안 적용을 받는다.

금융기업집단은 집단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기업집단의 자본 적정성 평가 결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면 자본 확충 등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 기업 대책 부심…전문가·시민단체는 엇갈린 평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새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고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보완 대책 마련을 위해 '공정경제 3법' 시행 시기를 1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3법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상법과 사익편취 규제를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등이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내용으로 기업들을 골치 아프게 하는 법"이라며 "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데 이런 법이 많아지면 창업 의욕이 꺾여 전반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개정된 상법의 경우 경쟁 회사가 2대 주주가 돼 사외이사, 특히 감사를 임명하면 기밀에 접근할 수 있고 이는 기업 경영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에 환영하면서도 '기존에 논의된 것보다 상당히 후퇴한 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공정경제 3법 통과는 일단 환영할 일이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법이 논의 과정에서 너무 약화해 상당히 실망했다"며 "상법 3%룰 완화로 대주주를 견제하는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은 힘들어졌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한 것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며 더불어민주당의 친재벌적 색채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 약속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한 것은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긴장 관계에 있는 검찰을 견제하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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