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규제 완화 않으면 투자 철회" 2년 전 영국장관 압박

입력 2020-12-09 15:19
저커버그 "규제 완화 않으면 투자 철회" 2년 전 영국장관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년 전 투자철회를 언급하며 영국 문화부 장관을 압박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영리단체인 탐사보도국(BIJ)은 지난 2018년 5월 파리에서 열린 테크놀로지 서미트 행사에서 저커버그와 맷 핸콕 영국 복지부 장관(당시 문화부 장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영국 정부가 실리콘밸리 기업 규제에 관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영국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BIJ는 순종적인(obsequious) 핸콕 장관이 이런 저커버그에게 "위협적인 규제에서 혁신 친화적인 법 제정을 위한 협업을 독려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BIJ는 이 녹취록을 공개하기 위해 2년간 정보 자유에 관한 싸움을 했다고 밝혔다.

녹취록에는 저커버그가 영국을 '반기술적'이라고 비꼬면서, 자신이 앞으로 방문할 수 없는 2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묘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저커버그가 언급한 다른 한 개 국가의 명칭은 공식 녹취록에서 삭제됐지만, BIJ는 지워진 단어가 '중국을 제외하고'(except China)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녹취 당시 저커버그는 가짜뉴스 관련 의회 조사 과정에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 의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저커버그는 영국 하원 문화에서 받는 나쁜 평가 때문에 유럽연합(EU) 내 다른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핸콕 장관은 저커버그와 더 자주 대화를 해 페이스북 최고위층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실제로 핸콕 장관은 그다음 달 당시 페이스북 최고 로비스트였던 엘리엇 슈레이지와 면담했다. 슈레이지는 이후 핸콕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온라인 안전 관련 규제의 공동작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핸콕 장관은 같은 해 9월 페이스북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복지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회사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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