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쿠릴열도 日 편들기에 "알래스카 주민은 러 시민"

입력 2020-12-08 09:29
러, 美 쿠릴열도 日 편들기에 "알래스카 주민은 러 시민"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미국 국무부가 최근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서 태어난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러시아의 부총리가 과거 자국의 영토였던 알래스카를 비유로 들며 미국에 불쾌함을 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 사할린주(州)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를 방문한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7일(현지시간) 현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 국무부의 조치와 관련해 "국제 규칙의 새로운 견해인 것 같다"며 비꼬듯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알래스카의 주민들을 '러시아 제국의 시민들'로 보는 것에 대해 외무부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이를 과거 러시아의 영토였던 알래스카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제정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2세는 1867년 당시 72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알래스카를 넘겼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추첨을 통해 자국의 영주권을 발급하는 '다양성 이민비자'(Diversity Visa) 프로그램 안내문에서 남쿠릴열도 4개 섬에서 태어난 사람을 일본인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남쿠릴열도 태생의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다.

남쿠릴열도 4개 섬을 행정구역상 관할 구역으로 둔 사할린주의 발레리 리마렌코 주지사 역시 기자들에게 쿠릴열도의 모든 주민이 자신들을 러시아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의 조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 외무부는 지난 6일 텔레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1945년의 결정(제2차 세계대전 종전 결정)으로 쿠릴 섬들의 지배권은 소련으로 넘어왔다면서 "지금 미 국무부는 2차 대전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의) 실지 회복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 외무부는 그러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경계와 레드라인(한계선)을 알아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일본 간 문제에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열도를 통제 중인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 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면서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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