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베네수엘라 총선 결과 인정 안해"…러는 "투명한 선거"
야권 보이콧 속 치러진 의회선거 두고 미·EU vs 러·쿠바 대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국제사회가 지난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도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의 부정 의회 선거를 규탄한다"며 "마두로 불법 정권은 의회 선거를 가장한 정치적 소극(farce)을 펼쳤다"고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와 합법적인 국회를 계속 인정할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2018년 대선을 훔쳐 부당하게 정권을 잡고 있는 마두로가 또 한 번의 선거를 훔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31%의 낮은 투표율 속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 연합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소야대였던 국회마저 장악함으로써 마두로는 군과 사법기관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모두 장악하게 된 것이다.
과이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앞서 마두로 정부가 국회를 무시한 채 선거위원회를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주요 야당의 지도부를 강제로 교체하자, 일찌감치 부정 선거로 규정하며 보이콧했다.
미국을 비롯해 과이도 의장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서구 국가들도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베네수엘라 야권과 뜻을 같이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았고, 선거 결과가 국민의 뜻을 대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도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네수엘라 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결성된 미주 협의체 리마그룹의 16개 회원국 역시 이번 선거가 "민주적 절차를 조금도 보장하지 않은 채" 치러졌다며 "국제사회가 이 부정 선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인 러시아와 쿠바는 이번 선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의 선거 과정은 '민주주의의 표본'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나라에서보다 더 책임감 있고 투명한 방식으로 조직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선거 과정에서 "어떤 심각한 위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하원 의원들도 베네수엘라 선거의 정당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우방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이번 선거 결과가 "볼리바르 혁명(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운동)과 국민의 승리"라며 마두로 정권에 축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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