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마두로, '야권 불참' 총선 예고된 승리…국회마저 장악

입력 2020-12-08 01:32
베네수 마두로, '야권 불참' 총선 예고된 승리…국회마저 장악

6일 선거서 여당 연합 67% 득표…마두로 "의회 재건 첫단계"

야권 "'사기 선거' 결과 인정 안해"…미국 "과이도가 계속 임시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여당의 국회의원 선거 승리로 국회마저 장악하게 됐다.

야권의 선거 보이콧 속에 이뤄진 예고된 승리로, 야권은 물론 미국 등 서구국가들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의회의 재건과 우리나라 회복을 위한 첫 단계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선거 승리를 자축했다.

전날 치러진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선거에선 82% 개표 시점에 마두로 대통령의 여당 연합이 67.6%를 득표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발표했다.

정확한 의석 배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당이 총 277석의 국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야권 다수가 됐던 국회는 그동안 마두로 대통령이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기관이었는데, 이로써 군과 사법기관 등을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이 마두로 손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와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그리고 정권 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도 무난히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투표가 개시되기 전부터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야권 지도자인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야권이 일찌감치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치러진 반쪽 선거였기 때문이다.

앞서 마두로 정부가 선거 승리를 위해 국회를 무시한 채 선거위원회를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주요 야당의 지도부를 강제로 교체하자, 야권은 '선거 사기'로 규정하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야권의 보이콧 독려 속에 이번 선거 투표율은 31%에 그쳤다. 그나마 투표 시간을 예정보다 연장해 끌어올린 수치다.

야권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내주 자체 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이번 국회의원 선거 인정 여부와 정권 교체 의사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마두로 대신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해온 서구 국가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12월 6일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불법 정권이 의회 선거를 가장한 소극을 펼쳤다"고 폄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계속해서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과 합법적인 국회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이번 선거 과정이 "믿을 만하고, 포괄적이거나 투명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선거 결과 또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뜻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과 미주 협의체 리마그룹 등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서구 국가들의 반응과 낮은 투표율 속에서 얻은 승리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나마 국회를 장악하는 성과를 얻었다. 중국, 러시아 등 우방 국가로서는 마두로 정권 지지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과이도 의장의 입지는 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18년 1월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정권 퇴진운동에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1월 이후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할 근거가 약해진다. 이미 선거 보이콧 과정에서 야권의 분열도 노출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

석유산업 쇠퇴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수년째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치·사회 혼란에 이미 수백만 명이 고국을 등졌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