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코로나 경제회복기금…거부한 폴란드·헝가리 빼고 가동하나
EU 이번 주말까지 합의 안 되면 30년 만에 비상예산체제 가동 위기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의 1조8천억유로(약 2천380조원) 규모 재정패키지에 대해 폴란드와 헝가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EU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예산 체제에 돌입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주말 EU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EU는 비상예산 체제를 가동하고, 연구개발이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예산은 아예 집행할 수 없게 된다고 독일 타게스슈피겔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재정패키지는 1조1천억유로(1천450조원) 규모의 2021∼2027년 중장기재정계획(MFR)과 7천500억유로(약 992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으로 구성된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같은 재정패키지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지원금 지급조건으로 들어간 법치주의 존중 조건을 삭제하려 한다.
이에 따르면 법치주의 존중 등 EU의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회원국은 EU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사법과 언론, 비정구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해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과 이와 연계된 2021∼2027년 중장기재정계획을 승인하려 했지만, 헝가리와 폴란드가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승인절차에 대항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거부권 행사에 봉착한 나머지 EU회원국들은 물밑에서 코로나19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이끌 코로나19경제회복기금을 폴란드와 헝가리를 빼고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회복기금 배분계획에 따르면 이 경우 첫 지원금 기준 폴란드는 187억5천만 유로(약 24조8천억원), 헝가리는 43억4천만 유로(5조7천억원)를 포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폴란드와 헝가리를 제외한 25개 EU회원국이 협력강화에 합의하거나 경제회복기금 가동을 위한 회원국 간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회원국 간 만장일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유럽의회 재정전문가인 마르쿠스 페르버(기독사회당) 의원은 "이같은 구조를 만드는 게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경제회복기금을 집행하는데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중장기재정계획을 담보로 코로나19경제회복기금에서 지원금을 대출해주는 구조였는데, 비상예산 체제에 돌입할 경우 금융기관 등이 EU에 돈을 빌려주도록 설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의회 관계자는 "그러면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늘어날 텐데 누가 증가분을 내는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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