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만으로 금융이해도 향상 안돼…지속적 교육 필요"
美 금융산업규제국 일반인 1천500명 대상 6년간 추적조사
"여성·55세 이상, 교육시 은퇴 준비 잘할 가능성 더 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투자자 교육을 받지 않고 단순히 금융 경험만으로는 금융이해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보고돼 관심을 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투자자의 '금융이해도'와 '미래 재정상태'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2012년부터 투자자 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1천5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6년의 추적조사를 통해 금융이해도가 향후 투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으로,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의 주최로 매년 열리는 '세계투자자 주간2020'에서 발표됐다.
연구는 금융 설문에 대해 2012년과 2018년 응답자들의 답변 변화를 분석했다.
설문은 예금 이자계산 방법과 인플레이션 영향, 금리와 채권의 관계, 대출이자 계산 방법, 위험 분산 등 단기간 교육으로 쉽게 점수받을 수 있는 5개 항목(1점씩)으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응답자의 금융이해도 평균 정답 점수는 2012년 70.6%였으나, 6년 후인 2018년에는 68.6%로 소폭(2%) 하락했다.
응답자들의 6년간 금융 경험은 증가했으나, 실제 이해도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의 금융이해도 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0.165)했고, 35∼44세(-0.159)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일반인들은 투자자 교육을 지속해서 받지 않으면 경험이 쌓인다고 해도 금융이해도는 높아지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 금융이해도 조사를 위한 응답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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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 문항│2012│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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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자│ 모르겠음 │ 정답자 │ 모르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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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계산│ 88% │ 6% │86%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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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영향 │ 76% │10% │76%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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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와 채권 │ 36% │41% │35%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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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 86% │ 7% │84%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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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 분산 │ 67% │27% │62%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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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70.6% │ 18.2%│ 68.6%│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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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금융투자협회,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2012년 측정한 금융이해도가 2018년 재정상황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됐다.
그 결과 금융이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재정상태의 안정성은 높게 나타났고, 은퇴 준비를 잘할 가능성도 높게 나왔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 55세 미만보다는 55세 이상, 소득(연 6만 달러 기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금융이해도 점수가 높을수록 은퇴 준비를 잘할 가능성은 높았다.
이해도가 1점 더 높은 여성은 1점 낮은 여성보다 은퇴 준비를 잘할 가능성은 4.5%포인트 늘어났다. 상승률이 남성(2%포인트)의 2배 이상이었다.
55세 이상과 연 6만 달러 이상 소득자도 1점 상승에 따라 은퇴 준비를 잘할 가능성은 5.5%포인트와 5.6%포인트 각각 늘어나 55세 미만(2%포인트)과 6만 달러 이하 소득자(1.7%포인트)보다 상승률이 컸다.
보고서는 이들 계층의 경우 투자자교육을 받으면 은퇴 준비에 대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보여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재영 금투협 국제부장은 "이번 조사는 지속적인 투자자 교육이 없으면 시간이 지나도 금융이해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로 진입하고 은퇴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버 푸어(silver poor)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투자와 자산형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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