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뉴욕 7월엔 애리조나'…코로나 수요급증 미 '계약간호사'
입원환자 수 치솟자 몸값도 뛰어…셋방 전전에 정규직과 차별도
대부분 코로나 치료에 투입…위험에 더 많이 노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뉴욕시에 도착해 환자가 넘치는 중환자실에서 근무. 7월엔 다른 코로나19 핫스폿(집중 발명지역)인 애리조나주(州) 한 병원으로 이직. 다시 3개월 뒤 10월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의 병원에서 근무.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계약직 간호사 라우라 리피튼(32)의 올해 '근무이력'이다.
리피튼은 이달 19일 그린베이 병원과 계약이 종료되면 한 주간 쉰 뒤 다시 뉴욕시로 돌아가 한 병원에서 13주간 일할 예정이다.
NYT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리피튼과 같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계약직 간호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삶을 전했다.
미국서 계약직 간호사로 일하는 이는 최소 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병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필요인력 상당수를 계약직 간호사로 채워왔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입원환자 수도 치솟으면서 계약직 간호사를 찾는 병원이 크게 늘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계약직 간호사 소개업체 '아야헬스케어'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계약직 간호사 수요가 4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날 시사지 애틀랜틱이 운영하는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처음 10만명을 넘어섰다.
계약직 간호사 수요증가에 따라 몸값도 비싸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코로나19 입원환자 급증에 계약직 간호사 수요가 늘었다"면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한 소개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집중치료실 담당 계약직 간호사의 시급이 코로나19 대유행 전 86달러(약 9만4천원)에서 현재 140달러(약 15만3천원)로 뛰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주 아칸소 출신의 계약직 간호사 존 디턴(27)은 NYT에 "높은 임금에 끌려 계약직 간호사로 일한다"면서 한 병원에 소속된 직원으로 일할 때에 견줘 4배가량 번다고 설명했다.
계약직 간호사의 '업무환경'은 절대 녹녹하지 않다.
여러 지역을 전전하는 탓에 가족과 떨어져 호텔이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셋방살이'를 반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몇 주나 몇 달마다 새 병원에서 업무방식을 익히고 기존 직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정규직과 차별도 존재한다.
디턴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병원에서 일할 때 직원들만 공기정화장치가 달린 마스크 등 고품질 보호장구를 받아 계약직 간호사들이 반복해서 자신들에게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8개월여간 이어지면서 계약직 간호사 대부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투입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빠르게 지쳐가고 있기도 하다.
리피튼은 "처음 대유행이 시작됐을 땐 '가서 돕고 좋은 일 좀 하고 돈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투입된 첫날 내가 현실에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자신을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엘리스' 같았다고 표현했다.
리피튼은 지난 4월 뉴욕시의 병원에서 일할 때 의료진은 완전히 지쳐있고 기관지에 삽관한 환자들이 줄을 선 광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봐왔던 모습들 때문에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계약직 간호사 모건 피츠시먼스(26)는 음모론이 판치는 미국의 현실을 전했다.
피츠시먼스는 지난달 대통령선거 전 코로나19가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환자를 치료했다며 "그가 '이 모든 것이 사라지게 선거가 빨리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나는 '그럴 일 없다. 확언컨대 이것은 진짜'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까지 1천362만6천여명, 사망자는 26만9천여명이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17만명 안팎씩 늘어나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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