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웡·아그네스 차우…홍콩 민주화운동 얼굴들 감옥행
이반 램과 함께 '민주화운동 3인방'…우산혁명 거쳐 정당 창립도
독방 수감된 웡 "철창은 우리의 영혼을 가둘 수 없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2일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은 홍콩 청년 민주화 운동가 3인방은 10년 가까이 함께 일해온 동료들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고 성인이 돼서는 함께 정당을 설립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등으로 엄혹해진 홍콩에서 이들은 결국 같은날 징역형을 선고받고 나란히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중 국제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조슈아 웡(黃之鋒·24)은 15살 때인 2012년 중·고등학교(세컨더리 스쿨)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설립하고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웡은 당시 홍콩 당국이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 하자 12만여 명이 참여한 반대 운동을 주도해 국민교육 과목 도입 계획을 철회시켰다. 그의 활약상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틴에이저 vs. 슈퍼파워'로 제작되기도 했다.
웡은 2년 후인 2014년에는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도심을 점거한 채 벌어진 대규모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는 지난해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터졌을 때는 과거 얻은 혐의로 수감 중이었으나 석방된 후 시위에 동참했다.
웡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웡은 이날 선고를 앞두고 구류 처분을 받고 수감 중이던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감옥에 세 차례 들어와봤지만 독방 수감을 예상한 적은 없었다"면서 "정말 견디기 힘들지만 많은 홍콩 운동가들이 나처럼 재판과 투옥에 직면해있어 여러분이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웡은 구류 처분으로 수감되던 지난달 23일 신체검사 결과 위에서 뭔가 발견돼 독방에 수감됐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일부는 불안과 걱정을 느끼겠지만, 이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우리의 용기와 민주주의·정의를 향한 신념을 강화시킬 뿐"이라며 "철창은 우리의 영혼을 가둘 수 없다"고 밝혔다.
웡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독일 일간 디벨트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중국의 반체제인사 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며 자신과 동료들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홍콩의 민주화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그네스 차우(周庭·23)는 웡과 함께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학민여신'(學民女神)이라 불린다.
두 사람은 2012년 학민사조 결성 때부터 함께 했고 2014년 우산 혁명을 주도했으며, 2016년에는 네이선 로(羅冠聰)와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홍콩 시위 때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하면서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차우는 특히 일본에서 유명하다.
그는 일본어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일본 언론과도 수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일본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일본에서는 그를 '민주 여신'이라고 부른다.
차우는 지난 8월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등과 함께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외세와 결탁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형이 확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반 램(林朗彦·26)은 웡과 차우에 비해서는 해외에 덜 알려졌지만 홍콩 야권에서는 입지가 탄탄한 인물이다.
웡과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닌 램은 웡과 함께 국민교육 과목 반대 운동을 펼쳤고, 그간 범민주 시위 참여 등의 혐의로 네 차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역시 데모시스토당의 창립멤버인 램은 이후 이 당의 대표를 맡아 지난 6월말 홍콩보안법 시행을 앞두고 당이 해체되기 전까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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