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연합 '진퇴양난'…출구전략·지분역전 난망
KCGI·반도건설·조현아 연대…위약금 약정으로 상호 퇴로차단
"본안소송 내고 상황 지켜보려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아람 박원희 기자 = 1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KCGI 등 주주연합의 한진칼[180640] 신주발행 저지가 무산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확보해 지분가치를 높이려던 주주연합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분을 다시 공격적으로 매집하기도, 지분을 팔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도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추가 법적 대응 절차를 밟아가며 추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로 분류되는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한진[002320] 회장 측과 한진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한진칼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판세는 조 회장 측으로 기울게 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 우호지분과 산은 측의 지분을 더한 합산 지분이 주주연합보다 높아지므로 주주연합은 당초 계획을 추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향후 한진칼은 산은 주도아래 구조 개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산은이 조 회장 행보에 대해 견제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주주연합 쪽 우호지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지분율 경쟁은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산은이 신주를 인수하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현재 46.71%에서 약 42%로 내려간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도 현재 41.4%에서 약 37%로 내려가지만 산은 지분율(10.66%)을 더하게 되면 주주연합을 크게 앞서게 된다.
일각에선 3자 연합 구성원이 합의를 깨고 '출구전략'을 택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미 일부 구성원이 퇴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풍문도 도는 상황이다. 더 버텨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힘을 얻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독자 출구전략 실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주주연합 3자가 합의하기 전 독자적으로 지분을 팔 경우 막대한 위약금을 물기로 상호 약정을 맺은 탓에 3자 합의가 아닌 이상 독자 퇴각은 불가능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집해 우위를 되찾을 수도 없다. 양측을 제외하고 남은 지분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어두운 항공업 전망 탓에 추가 투자 유인도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주주연합이 일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승인한 이사회 결의 무효 본안소송을 제기한 뒤 사태 추이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합병(M&A) 업계 한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선 거대 지분을 팔고 '엑시트' 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본안 소송을 제기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잘못을 저지를 경우 산은이 경영권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해둔 만큼 주주연합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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