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KCGI와의 2차전도 승리…"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료"
산업은행 등에 업고 아시아나 인수 속도낼 듯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반대한 KCGI 측의 한진칼[180640]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을 상대로 또다시 우세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월 3자연합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데 이어 이번 가처분 신청도 기각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이번에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KCGI의 법적 조치였지만,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3자연합이 2차전을 벌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3월 3자연합은 반도건설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3자연합과 한진그룹 간 치열한 장외 여론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3자연합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았다.
주주총회에서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통과되면서 경영권 분쟁 1차전은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번 2차전에서 KCGI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만 한진칼 신주를 배정하는 방안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KCGI는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 경영진이 주주를 배제하고 임의로 신주 발행을 결정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며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은은 일방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고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이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산은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2월 22일 신주 상장과 함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다.
현재 KCGI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로 꾸려진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5.23%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에 앞선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66% 확보하면 양측의 지분율이 다소 내려간다.
산은을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이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7.33%로 상승하고,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1%가 된다.
양지환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며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산은은 조 회장의 우호 주주라는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적어도 조 회장에게 적대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간접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이 조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과 인수 전후로 가중될 수 있는 혼란 속에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성과가 미흡하거나 갑질 등의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경영진 교체에 나선다는 산은의 입장도 해당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조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산은이 향후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을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주주로 보고 지분율을 계산해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CGI는 앞서 한진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지만, 지분율이 과거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주총을 통해 조 회장을 견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칼이 KCGI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열 수 있지만, 내년 1월 이후에나 소집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월이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이후인데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을 이미 지급한 뒤이기 때문에 인수 무산을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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