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당국, 반정부 집회 관련 야권 수백명 체포
"코로나19 확산 방지"…야권은 집회 강행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당국이 반정부 집회와 관련해 야권 인사 등 수백명을 체포했다고 1일 현지 언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전날 중부 물탄에서의 집회를 앞두고 행사 관계자 37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번에 체포된 이의 수가 1천800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 관련자 체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현재 모든 공공 집회를 금지한 상태다.
8월 이후 300명∼700명 선을 유지했던 파키스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3천명 안팎을 넘으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이날 행사를 막기 위해 집회 장소 부근 도로에 컨테이너로 벽을 설치하고 휴대 전화망도 끊었다.
피르도우스 아시크 아완 정부 대변인은 "야당 측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들은 예정된 집회장으로 행진하며 인근에서 행사도 강행했다.
야권 관계자는 "칸 정부는 파키스탄에 바이러스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10여개 야당은 지난 9월 파키스탄민주운동(PDM)이라는 연합 조직체를 결성,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0월 17일 북동부 구지란왈라를 시작으로 카라치, 폐샤와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오는 13일 북동부 대도시 라호르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며 내년 1월에는 수도 이슬라마바드로의 행진도 추진하고 있다.
야권은 임란 칸 총리가 군부의 입김 속에 총리가 됐으며 2018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야권이 이처럼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며 군부까지 겨냥한 집회를 잇달아 벌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2007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딸인 아세파 부토 자르다리가 정치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아세파의 오빠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는 이미 정치권에 뛰어들어 현재 파키스탄인민당을 이끌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같은 정치 집회 외에 종교 관련 반(反)프랑스 시위 등이 몇 주째 이어지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라호르에서는 30여만명에 달하는 군중이 대부분 '노마스크' 상태로 한 성직자의 장례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일 파키스탄의 누적 확진자 수는 39만8천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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