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넌도 팬데믹…음모론 유럽·브라질 이어 일본까지 유행

입력 2020-11-30 10:15
큐어넌도 팬데믹…음모론 유럽·브라질 이어 일본까지 유행

코로나19·미국 대선 계기로 일본 내 세력 확장

"백신 거부 등 현실 세계에 영향 미칠 수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에서 태동한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이 일본에서 활개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큐어넌이 브라질을 포함한 미주 대륙에 머물지 않고 바다 건너 유럽과 아시아로도 상륙하게 됐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분석 업체인 그래피카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큐어넌 활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독립적으로 성장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피카의 멜라니 스미스는 "미국 큐어넌이 뿌리내린 유럽과 비교하면 일본과 브라질에서는 조금 더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이데올로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큐어넌은 미국에서 등장한 극우성향 음모론 집단인데, 소셜미디어에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세력을 넓혀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 대선 등 올해 국제 사회를 휩쓴 대형 사건사고와 맞물려 일본에서도 추종자를 끌어모았다는 게 그래피카의 분석이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 말부터 일본에서 "큐어넌"과 관련한 검색이 치솟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유의 화법을 개발하고, 인플루언서(유명인)를 내세우는 방식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아 성범죄자들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 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미국판 음모론은 일본 큐어넌에서도 동일하게 쓰인다.

다만 일본에서는 일본판 큐어넌 창시자를 포함한 몇몇 인물이 흐름을 주도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실제로 일본 큐어넌 트위터 계정 중 1위는 팔로워가 무려 8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영국(1만여명), 브라질(5만4천여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그래피카는 추정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트위터,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 전쟁에 나섰지만 각국 큐어넌 계정은 단속을 피해 추종자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 관계자는 큐어넌이 국제무대로 세를 확장하는 것이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공공의료를 못믿는 사람들이 늘어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상황을 예로 들고, "큐어넌 및 음모론 확산에 따라 국내 및 국제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내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