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관투자자, 韓日기업에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중단 압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유럽계 기관투자자들이 발을 빼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핀란드 노르디아, 프랑스 아문디 등 4조7천억 유로(약 6천2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21개 기관투자자 연합은 지난 10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12곳에 화력발전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문제 삼아 철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 중 8곳이 미쓰비시(三菱)상사, 주고쿠(中國) 전력 등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가 발주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곳에 1천200MW(600MW 2기) 용량의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한국 기업도 한국전력이 40%의 지분으로 총 22억 달러(약 2조6천억원) 규모인 이 사업에 참여한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은 설계·조달·시공사업자로 동참할 예정이다.
내년 중 착공해 2025년 1월 준공하는 공정이다.
노르디아 등은 서한에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 참여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업의 재무,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위험 요소)"라며 이 계획에서 철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의 새로운 석탄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닛케이는 기관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연관 지어 개별사업에서 철수토록 압박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것을 변혁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 10월 26일 첫 국회 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이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기존의 석탄화력발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스가 총리는 이후 주요 20개국(G20) 온라인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 무대에서도 탈탄소 사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이끄는 미쓰비시상사는 "베트남 정부의 요청이 강하고 베트남 발전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전력 등 한국 기업들도 상대국 정부와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붕앙2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닛케이는 "다른 (한국) 기업도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중점을 두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돼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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